‘포스트 황선홍’ 이근호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

입력 2009.02.10 13:38  수정

최근 A매치 6경기 6골, 순도 높은 골 결정력

박지성의 활동량-황선홍의 결정력 갖춘 해결사

한국축구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위해 이란전 필승을 다짐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서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치른다.

현재 B조 1위 한국(2승1무/승점7)은 이란전을 승리로 장식할 경우, 본선진출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경기가 열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서 이란에 1무2패로 열세에 놓여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태양의 아들’ 이근호(24·대구)를 앞세워 승리를 노리고 있다. 최근 A매치 6경기서 6골을 터뜨리며 허정무호의 대표 골잡이로 발돋움한 이근호는 ‘포스트 황선홍’ 부재로 시름하던 한국 축구의 단비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이근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유럽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6경기 6골’ 이근호의 거침없는 질주

이근호는 최근 허정무호의 공격 선봉장 역할을 해내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지난 4일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는 종료 직전 헤딩 동점골을 넣으며 패배 위기에 놓였던 허정무호를 구했다.

이근호의 골이 없었다면 허정무호는 그동안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았던 ‘마찰라 징크스’ 불운에 다시 한 번 울분을 삼켜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근호의 극적인 동점골은 90분 동안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짜릿한 골이었다.

이근호는 주 포지션인 공격수 외에도 올림픽대표팀 시절 4-4-2 포메이션에서 좌우 윙어로 활약했고, 국가대표팀에서는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뛰는 등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였다.

전형적인 공격수 스타일에 윙어 면모까지 갖춘 그는 특유의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경기력을 펼쳐 팬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이근호는 소속팀 대구에서도 장남석, 에닝요(현 전북)와 함께 공격 삼각편대를 이루고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해결사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키웠다. 지난해 K리그 국내 공격수 득점 1위(12골)에 오른 것과 2년 연속 K리그 BEST 11 FW 부문 선정은 이근호의 일취월장을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허정무호가 A매치 6경기에서 넣은 12골 중 절반인 6골을 터뜨리는 괴력을 뿜고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전과 15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각각 2골을 넣었고, 11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서는 절묘한 결승골로 19년 묵은 한국 축구의 사우디 징크스 격파의 주역이 됐다.

불과 지난해 2월 허정무 감독으로부터 ‘체력이 약하다’는 질책을 받아 한동안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그는 이제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이제는 팬들도 대표팀 공격 제1옵션으로 이근호를 꼽고 있을 만큼, 그의 입지는 탄탄해졌다.

이근호가 물 오른 킬러 본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다름 아닌 자신의 투톱 파트너인 정성훈과의 호흡을 꼽을 수 있다.

이근호는 정성훈이 최전방에서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와 과감한 몸싸움, 그리고 힘이 실린 문전 침투로 상대 수비진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사이, 2선의 패스를 받아 절묘한 골을 터뜨리며 허정무호 공격 마무리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그동안 대표팀은 2002년 황선홍(현 부산 감독)이 은퇴한 이후 정통 골잡이 기근에 시달렸다.

당시 최용수와 김도훈은 30대를 넘긴 노장이었고, 이동국은 십자인대 부상 및 아시안컵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박주영은 포지션 적응에 애를 먹었고 조재진, 고기구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24살인 이근호가 적어도 10년 동안 한국 축구를 짊어질 수 있는 나이임을 감안할 때 ‘포스트 황선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근호는 황선홍과는 다른 스타일의 스트라이커다. 스승 변병주 대구 감독이 “이근호는 박지성처럼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선수”라고 치켜세울 만큼 폭 넓은 움직임과 부지런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현재 이근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유럽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서 유럽 축구 이적시장 기간과 관계없이 입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이란전은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무대다.

불과 3년 전, 인천 2군 선수로 눈물 젖은 빵을 먹던 그가 오늘날 명실상부한 대표팀 최고의 골잡이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승부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 큰 무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