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탄핵 역사 속 ‘사령탑’ 오른 최상목,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12.12 13:10  수정 2024.12.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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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박근혜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 차례 탄핵 정국 마주한 최상목

과거와 달리 현재 정책 최고 책임자

야당과 주도권 다툼 속 경제 살릴 의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을 갖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시간이 왔다. 공직 재임 기간 대통령 탄핵 사태만 벌써 세 번째 경험하는 최 부총리에게 현재의 혼란은 자신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시험대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야당과 국민 여론은 대통령 탄핵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사실상 탄핵에 찬성하는 기류로 돌아서면서 이르면 오는 내일(13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 부총리는 재직 동안 세 번째 탄핵 사태를 마주하게 된다. 최 부총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각각 맡았다.


최 부총리 입장에서 세 번째 마주한 탄핵 정국은 자신의 위치와 경제 상황에서 크게 달라졌다. 과거 두 차례 탄핵 때는 경제 정책에 대한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지금은 아니다. 사실상 경제 정책 최고 결정권자로서 최 부총리는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


상황은 좋지 않다. 탄핵 사태 이전부터 내수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했다. 물가 안정화에 성공했으나 고금리 상황은 계속했다.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은 주머니를 열지 않으면서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1.7~1.8%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2년(4.0%)은 물론 지난해(2.0%)보다 낮은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가계 대출 부담 증가 상태에 실질 소득 회복은 더디게 진행하고 이런 악재들은 결국 소비 개선을 제약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기대했던 수출 역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수출 위기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수출 1·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악화할 것이고, 이는 국내 수출 기업에 직격탄일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경제동향 12월호’를 통해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으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양호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간 높았던 증가세가 다소 조정되는 모습”이라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 악화는 수출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TV화면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 등 외환 시장은 더 심각하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 넘게 정국 불안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환율 단기 저항선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계엄 사태 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만 넘어도 외환 당국은 위기로 인식했다. 지금은 사실상 1400원이 ‘뉴노멀(새 기준)’이 됐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1450원대까지 올라간 상태라고 말할 정도다.


주식시장도 연기금을 1조원 이상 투입해 겨우 하락 폭을 좁히는 수준이다.


현재 외환·주식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최악의 상황이다. 환율이 저항선을 뚫고 1500원대로 올라가면 외환당국이 방어를 하는 과정에 외화보유액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론도 제기된다.


최 부총리로서는 야당의 정책 협력을 이끌면서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을 필두로 경제 정책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개최하면서 “최소한 경제만큼은 여야가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가자는 뜻”이라며 “최상목 부총리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같은 당 김태년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들은 의석이 제일 많은 민주당에 기대할 텐데 민주당이 책임감을 갖고 경제 상황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의원 또한 “여야를 떠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며 경제 주도권 확보 의지를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일단 경제 불안 심리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는 8일 열린 경제관계부처합동회의 이후 합동브리핑에서 “최근 국내 정치 상황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대외신인도가 중요하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 혼란이 있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조해 선제적인 조치를 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일 열린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는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는 제한적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외환 위기 때는 우리가 순채무국이었지만, 최근에는 순채권국으로 과거의 어떤 위기 상황과는 외환 사정이 많이 다르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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