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 의무 명문화’ 자본시장법 개정 예고…밸류업 설득력 ‘관건’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4.12.02 17:08  수정 2024.12.02 17:31

기업 부정적 영향 최소화…소액주주 보호도 강조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 공통 목표…대안 가능

野, ‘핀셋 규제’ 한계 지적…“근본적 해결책 아냐”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상법 개정의 주요 사안인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이번주 국회에 제출한다. 이는 ‘핀셋 규제’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반발이 제기되고 있어 시장 설득력 확보가 중요해졌단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을 대체하기 위해선 밸류업 관련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모두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이날 금융위는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실효성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자신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상법 개정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자처한 셈이다. 개정안은 이번 주 중 여당과 논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 브리핑을 통해 “반드시 상법을 개정해야 지배구조 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효적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서도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상장법인이 합병을 하는 경우 이사회가 합병의 목적·기대효과·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 및 공시하는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대주주를 제외한 모(母)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배정 한다는 근거도 마련하는 등 소액주주 보호를 강조했다.


당초 이사의 충실 의무는 상법 개정의 핵심 사안이었다. 현재 야당은 상법 제382조 3의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의 이익 보호’에서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바꾸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밸류업 강화와 주주 권리 보호,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목표로 한다. 그간 쪼개기 상장 등으로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법적 보호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상법이 일반법으로 전체 법인에 적용되는 만큼 부작용이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자본시장법에 명시함으로써 지배구조 개선도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적용 대상 법인을 100만 개가 넘는 전체 법인이 아니라 2400여 개 상장법인만으로 한정해 비상장, 중소·중견기업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적용 대상 행위가 4가지 행위로 한정돼 상법 개정에 따른 일상적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기영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단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경제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방향을 정한 가운데 야당과 시장으로부터 즉각적인 반발이 나오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표 직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적 대책으로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와 자본시장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상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개정안이 ‘계열사 간 합병·물적 분할 후 재상장’ 등 특정 사안에만 국한된 ‘핀셋 규제’만 담고 있다며 소액주주의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거나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직면한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 배경이 물적분할 시 주주가치 희석 문제 등에 있었던 만큼 자본시장 개정안 입법이 순항하기 위해선 상법 개정을 넘어서는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일부 상장사들의 경영권 분쟁과 계열사 합병 및 대규모 유상증자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 사례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최소한의 주주 보호 원칙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의 핵심 쟁점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도입하고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과 지배구조 개선 중 어느 부분에 더 무게 중심을 맞추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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