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망치 1.9%로 0.2%P↓
'트럼프 2기' 등 안팎 불확실성
부랴부랴 금리 인하 속도 내도
수출 부진·금융 불안 등 '발목'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이미지.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가 1%대의 저성장 굴레에 다시 갇힐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부랴부랴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진한 수출과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계속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1.9%로 각각 0.2%포인트(p)씩 하향조정했다.
내년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주력업종에서의 주요국과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아짐에 따라 연간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은은 앞서 직전 전망 때인 8월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4%, 2.1%로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는 5월에 2.1%에서 2.5%로 상향 조정된 후 8월에 다시 0.1%p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2월에 2.3%에서 5월에 2.1%로 내린 바 있다.
한국은행의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추이. ⓒ연합뉴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추정되는 2.0%에 못 미쳤던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지난해(1.4%)뿐이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에 7.0%로 7%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1~2019년엔 2~3%대로 하락하더니 2020년대 들어선 1~2%대로 내려앉는 모습이다.
국내외 금융기관들도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비관적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낮추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내년 전망치를 2.1%에서 2.0%로 낮춰 잡았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관세 영향은 2026년부터 반영된다고 가정됐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0%를 제시했다.
외국계 IB들도 성장률 전망을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2.2%에서 1.8%로 하향조정했으며 ▲모건스탠리(2.0→1.7%) ▲노무라(1.9→1.7%) ▲JP모간(1.8→1.7%)도 내려 잡았다.
문제는 한은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서는 트럼프 당선 후 보호 무역 강화에 중국 등의 대응을 가정한 최악의 상황에서 내년 성장률이 1.7%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점이다. 관세 전쟁의 여파는 더 심해져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1.8%에서 0.4%p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경제 침체가 본격화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3분기에 수출 물량이 크게 낮아졌는데, 경쟁국과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고 봤다”면서 “미국의 신정부 정책 불확실성에 2026년 전망 변동성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대해 “미국 신정부의 경제 정책 변화와 구조적 변화에 따른 수출 둔화가 주된 이유”라며 “미국 관세 정책은 신정부 출범 후 다시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내수는 성장 흐름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월 대비 민간소비 전망은 2.2%에서 2.0%, 설비투자는 4.3%에서 3.0%로 낮아졌고, 건설투자 역시 -0.7에서 -1.3%로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재화수출은 2.9% 성장에서 1.5%로 크게 꺾였다. 중국의 반도체·화학제품·철강 공급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이 수출 증가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더욱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 품목인 IT 부문에서 HBM 등 고사양 반도체가 호조를 지속하겠지만 DDR4 등 범용 반도체는 중국의 공급 확대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 모두 지난 전망에 다소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비는 수출여건 악화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할 때 당초보다 증가폭은 낮아지겠지만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줄어들면서 개선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융안정을 위해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p 내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0.25%p 기준금리를 낮춰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이후 2개월 연속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이로써 한국(3.0%)과 미국(4.5~4.75%) 간의 금리 격차는 최대 1.75%p로 다시 벌어졌다.
금통위가 두 차례 이상 연이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15년 만이다. 직전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였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인하 배경에 대해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 리스크(위험)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환율·물가·가계부채 불안 등 우려되는 인하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 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정책 판단 전제조건이 경제성장세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경제 성장세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의 키(key)가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며 “지난 포워드 가이던스는 1인만 향후 3개월 내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4인의 위원이 2회 연속 인하가 필요하다는 인식 급변이 반영됐다”며 “이는 정책 판단을 좌우했던 전제 조건의 변화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