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이재용과 이재명의 '말'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11.26 10:29  수정 2024.11.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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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적 판단에 들이댄 검찰의 '배임' 잣대

삼성 위기 속 '공격적 경영' 못하고 손발 묶인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은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이자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2023년 11월 17일. 검찰은 이재용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은 이재용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 상황을 악용했다.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 정의와 자본시장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다.”


2024년 11월 25일. 검찰은 이재용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지독하게도 기시감이 큰 이 두 상황은 1년의 간격을 두고 펼쳐졌다. 같은 취지의 주장과 같은 형량이 1심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입을 통해 나왔다. 어떻게든 이재용을 잡아넣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엿보인다.


검찰의 기소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총수의 개인적 이익, 즉 이재용 회장의 경영승계를 목적으로 진행됐다는 의혹에 근거한다.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경영적 판단이었다는 해명에는 귀를 막는다. 모든 수사의 초점은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위해 기업 가치를 조작했다는 데 맞춰진다.


‘달랑 2조원짜리 회사를 11조원으로 뻥튀기했다’고 검찰과 시민단체들이 주장한,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시가총액이 68조원을 넘지만,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수사중단 권고에도,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도 일관된 검찰의 태도는 ‘이재용은 범죄자’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둔 확증편향과도 같아 보인다.


‘경영적 판단’과 ‘배임’의 기로에서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경영자는 풀이 죽는다. 이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일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의 엄격한 잣대로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도 했다.


법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묻어난 그의 발언에서 위험 신호가 느껴진다. 경영자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수년간 재판에 끌려 나가지 않으려면, 오해가 될 만한, 배임의 빌미를 제공할 만한 경영적 판단은 피해야 하는 것일까. ‘복지부동’만이 법 앞에 당당할 수 있는 경영자의 자세일까.


이 회장은 이날 최근 불거진 ‘삼성 위기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삼성을 위기로 내몬 가장 큰 원흉으로 지목되는 게 ‘무사안일주의’다. 소극적인 경영적 판단으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지난 수년간 누적되면서 삼성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재판에 불려가 ‘경영적 판단’이 배임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느라 고충을 겪는 경영자가 삼성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경영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재용 회장에 대한 2심 결심공판이 열리던 날 같은 건물 아래층에서는 이재명(공교롭게도 돌림자 같아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선고공판도 있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두 건의 재판을 놓고 혹자는 “이재용은 죽이고 이재명은 살리느냐”는 소리를 한다. 구형(검찰)과 선고(재판부)의 주체가 다르지만, 국민감정은 그걸 에둘러 받아들인 듯하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은 삼성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며칠 전 이재용 회장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검찰이 수시로 웬만한 회사 자료를 갖고 심심하면 내사를 한다. 배임죄 이런 것으로 조사를 하면 회사가 망해 버린다. 삼성도 현재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이재용 회장이 항소를 당해서 재판에 끌려 다니는데 의사결정이 되겠느냐. 이제는 기업인을 배임죄로 수사하고 처벌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20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


지금의 이재용 회장은 예전만큼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하다. 삼성 위기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것은 경영자의 의무다. 그 의무를 저버리는 게 가장 큰 배임이다.


배임죄로 수사 받는 게 무서워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경영자의 손발을 묶는 것. 그로 인해 경영자의 의무를 저버리는 더 큰 ‘배임’을 하도록 만드는 게 검찰의 배임죄 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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