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로얄’ 이어 ‘코미디 리벤지’도 제자리걸음
커진 스케일 못 채우는 내용
스케일도, 화려한 라인업도 K-코미디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코미디계 백수저가 모였다”라며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잇는 흥행을 자신했지만, 강한 불쾌감을 유발하는 장면만 없었을 뿐. 그간 늘 봤던 일차원적인 개그로 억지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리벤지’의 이야기다.
지난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코미디 리벤지’는 이경규를 필두로 베테랑 코미디언 박나래, 이용진, 그리고 유튜브 플랫폼에서 반응 뜨거운 이창호와 김해준, 송하빈까지. 22인의 코미디언들이 모여 경쟁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코미디 로얄’에서 비슷한 포맷을 선보였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이경규가 단독 프로그램이 아닌, 코미디언들을 위한 새 판을 짜겠다고 결심하며 만들어졌다.
“힘든 코미디언 후배들을 살리기 위해 권해봄 PD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코미디 리벤지’ 기획 계기를 밝힌 이경규는 “‘코미디 로얄’을 통해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고, 이번엔 한층 더 수준 높은 K-코미디를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전 시즌에서는 코미디언 곽범, 이선민, 이재율이 원숭이로 분장한 채 교미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논란이 됐으나, 이날 이경규는 “이번엔 공감을 중요하게 여겼다. 후배들이 공감에 포인트를 두고 좋은 웃음을 선사하고자 했다. 각자의 개성도 담겼다.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코미디 리벤지’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불쾌한 장면만 없었을 뿐, 이경규가 자신한 ‘업그레이드된’ 코미디는 확인하기 힘들었다. 송출 플랫폼이 넷플릭스인 점을 활용해 19금 개그를 선보이는가 하면, 호스트 이경규를 겨냥한 과감한 발언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순간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맥락 없는’ 선정적인 개그, 분장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일차원적인 전개 등 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할 만큼 눈에 띄는 코너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곽범, 이창호, 김경욱 등 유튜브를 통해 각자의 개성을 담은 개그로 큰 인기 누리는 코미디언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창호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 ‘뮤지컬스타’가 큰 화제를 모으며 ‘대세’로 떠올랐으며, 곽범은 이경영을 패러디한 ‘곽경영’, 김경욱은 일본인 캐릭터 ‘다나카’로 사랑을 받았다.
이 흐름을 타고 여러 코미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KBS2 ‘개그콘서트’,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리즈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물론, ‘코미디 로얄’, ‘코미디 리벤지’가 연속 제작되고, 이수근, 이수지 등이 나선 KBS2 ‘메소드 클럽’은 ‘B급 코미디’를 표방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개성 넘치는 활약을 보여주던 코미디언들도, 잘 짜인 코너를 선보여야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는 시청자들을 웃기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K-코미디의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지만, 스케일을 키우고, 인기 출연자들 모였음에도 특별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계속돼야 할 이유가 있을까. 코미디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표하지만, 늘 제자리걸음을 보여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어떤 응원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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