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4년 전 실패한 일"
'추적 60'분의 현 PD와 전 PD가 보도본부 이관의 의미를 설명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KBS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KBS PD협회 김은곤 PD는 "KBS 사측이 40년 역사의 정통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을 14년 전처럼 보도본부로 이관했다"며 "이번 조직 개편은 시사교양국의 파국이다. 박민 사장이 취임하며 '더 라이브'가 폐지됐다.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총선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시사교양국 PD들이 크고 작은 고초를 겪고 있다. 다른 본부도 조정을 겪었지만, 시사교양국은 해체되는 수준의 개편안을 받았다. '추적 60분'이 보도국으로 이관이 되고, 시사교양국은 콘텐츠 제작과는 동떨어진 사장 직속의 센터로 강등이 됐다"라고 말했다.
ⓒ
김 PD는 이 문제의 심각성은 물론, 과정상의 문제도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략기획실의 일부 간부들이 만든 개편안이다. 협회와 노조가 개편안을 본 것도 불과 일주일 전인 7월 8일이다. 심지어 시사교양국의 국장단도 몰랐던 사실이다. 7월 10일 국장단에서도 요청을 해서 그때서야 겨우 내용을 들었다. 이후 조직 개편안을 설명회를 열었는데, 그때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일사천리로 조직개편이 진행이 됐다"면서 "내일 첫 이사회가 열리는데, 이사진의 임기는 8월 말 종료된다. 통과가 되면, 조직개편안이 확정이 되는데 그래서 급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은 결의문을 만들고 오늘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추적 60분'의 현 제작진 김민회 PD와 과거 2009년 '추적 60분'이 보도국에 이관됐을 당시 제작진이었던 강윤기 PD는 이것이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강조했다.
먼저 김 PD 또한 "이번 조직 개편에서 시사교양국이 센터로 격하되고 프로그램이 보도국으로 이관되는 과정은 모든 것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라고 과정상의 불합리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무가내식으로 이관시키고 있는데, 설명을 들은 건 하나다. 기자가 만들거나 PD가 만들거나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건 모두 보도국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은 모두 보도국으로 간다는데 그러면 '시사 프로그램이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일련의 사건을 다루는 게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 그러면 '우리가 만드는 것 중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게 있냐'고 물었다. 지금 시사교양국에선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 시사를 다루고 있다. '다큐 인사이트'는 시사를 다큐멘터리로 푼다. '이웃집 찰스'에서는 난민을 취재하기도 한다. 그런데 회사의 주장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러면 이게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회사는 시사 프로그램이 뭔지 정의도 못하면서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잣대를 조직 개편의 논리로 삼고 있다. '추적 60분'만 시사프로그램으로 분류되는 이유를 물으니 '누가 봐도 시사프로그램이지 않냐'고 하더라. 칼로 무자를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자기 손으로 잘라놓고 그렇게 답을 하더라. 그런데 이 말을 듣고는 웃음이 나오지 않더라. 회사는 '누가 봐도 시사 프로그램'인 이유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오직 회사만의 결정이 될 것이다. 회사는 그런 식으로 시사 PD들이 시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부정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제작 역량, 저널리즘,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한 번에 빼앗는 조치"라면서 "권력에 대한 감시를 빼앗는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말씀드린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보도국 이관을 반대한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라고 '추적 60분'의 보도국 이관 반대 이유를 밝혔다.
강 PD는 과거의 사례를 예로 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2009년 당시에도 PD들이 만들던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이 사라진 이후 '추적 60분'이 보도국으로 이관이 됐었다며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있었다. 업무 방식 변화를 강요받았다. 국장과 일선 제작진이 만나는 게 특이한 일인데 반복이 됐다. 검열이라고 생각했다. 아이템 검열은 수시로 이뤄졌다. 일방적인 지시였다. 결방과 방송 연기가 수시로 발생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아이템은 영향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온전히 제작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런 문제를 두고 갈등하며 하루도 바람 잘날이 없었다. 부둥켜안고 엉엉 운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인사 상의 불이익도 있었다. 이상하게 PD들만 고과 점수를 낮게 받는 문제도 많았다. '추적 60분'을 3년 반을 했는데, 사실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이다. 조직이 바뀌면서 바꿔 줄 PD가 오질 않았다. 더 이상 본인의 소속이 아니라 인원을 보낼 필요나 의무가 없었다. 반대로 보도본부는 굳이 사람을 찾아주기 위해 다른 본부에 부탁할 필요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추적 60분'은 고립된 것 같은 일들이 계속 됐다. 경쟁력도 살리지 못했고, 협업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적 60분'은 KBS의 대표적인 자산이다.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힘을 보태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은곤 PD는 "앞서도 싸운다고 했지만, 사실상 막아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책임을 강하게 묻고자 요구를 했다. 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할 떄 국장님께 '어떻게 책임을 지겠냐'고 했는데, '보직을 내려두겠다'고 하셨다. 사내 게시판에도 올렸다. 열여섯 분 정도. 지금 80% 정도가 막아내지 못할 경우 보직 을 사퇴하겠다는 성명서를 올렸다"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