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결과 범야권 190석 육박…전세사기 특별법 향방은
보증금 30% 수준으로 피해자 구제, 임대인에 구상권 청구
“대통령 거부권 있지만…보상비율 더 높여 법 개정될 수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방향이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190석에 이르는 의석을 차지하면서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일부를 선지급하도록 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입해 피해자를 구제하고 향후 임대인에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회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선구제 수준은 최우선변제금인 전세보증금의 30% 수준으로 제시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지속적으로 선구제 후구상 방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특별법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경공매 유예, 우선매수권 청구, 저리대출 등을 지원받을 수 있으나 간접적인 지원책으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한 전세사기 주택은 지금까지 1가구 뿐이다.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왔던 선구제 후구상 방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펼쳐 왔다. 피해 임차인에 선구제를 해줄 경우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사건과의 형평성이 무너지고 임대인에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비용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총선 결과에 따라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향후 전세보증금의 30% 수준인 선구제 기준이 상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야권에서 의석수의 2/3 이상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구제 후구상 방안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다만 현재 나온 개정안은 야당이 주장하던 수준으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야당 입장에서는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22대에서 보상 비율을 높여 법안을 새로 발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도 “다른 사기 사건과 형평성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됐을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가능성이 높다”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여당에서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야당은 앞으로도 선구제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야당 주도로 선구제 방안이 추진이 가시화된 만큼 합리적인 피해자 선정 및 보상 기준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구제를 피해 지원 방향으로 설정하더라도 혈세가 투입되는 점을 고려해 무분별한 채권 매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카드가 있지만 경중을 따진다면 모든 케이스에 사용하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야당 취지대로 되지 않는 사안이 많을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다른 사기 사건 피해자들을 고려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사정을 특별히 더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야당의 입장이기 때문에 이왕 법이 개정된다면 자세하고 세부적인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국정 파트너인 점을 명심하고 주택 시장이나 세수에 무리가지 않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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