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선거 남은 후폭풍…돈 없는 기재부, 건전재정 ‘적색경보’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4.10 07:00  수정 2024.04.10 07:0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재원 고려 않는 정치권, 포퓰리즘 남발

역대급 세수 펑크로 재원 없는 기재부

허리띠 졸라매도 사실상 감당 불가

“선택·집중 불가피…정치권 압박 걱정”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6일 오전 대전 서구 복수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관내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고 있다.ⓒ연합뉴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0일 막을 내리지만, 재정 당국은 지금부터 본격적인 선거 뒷수습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여야는 물론 대통령까지 던진 각종 선심성 공약을 재정으로 구현해야 할 짐을 떠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수 상황은 역대급으로 나빴다. 올해도 경제 상태가 기대 이하다. 기재부가 ‘총선 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이번 정부 경제 근간인 건전재정 기조까지 틀어질 수 있다.


현재 각 부처는 본격적인 예산안 편성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라는 지침을 각 부처에 내린 바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2025년 예산편성지침’을 발표하면서 혁신생태계 조성과 미래 대비 체질 개선으로 경제 역동성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약자 보호와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 역할을 강화하고 건전재정 기조 확립으로 미래세대 부담도 줄이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에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모든 재정사업 타당성과 효과를 재검토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은 삭감·폐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또한 재정사업평가 결과 성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출은 지원 기준과 지원 수준을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정과제 등 필수소요를 제외한 모든 재량 지출에 대해 10% 이상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부처별 구조조정 이행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혜택)와 페널티(감점)까지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도 거들어 선심·개발 공약


‘짠물 살림’을 예고한 기재부와 달리 정치권은 선거 과정에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공약을 쏟아냈다. 심지어 대통령마저 스무 차례가 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대규모 재정 소요 정책과 감세를 약속했다.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인하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5세 이후 무상교육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대상 확대 ▲세 자녀 이상 가구 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전경. ⓒ데일리안 DB

야당은 다양한 지원금으로 표심을 자극했다.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요 재원은 13조원으로 추산한다.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1인당 만 18세까지 월 20만원의 수당(아동수당)을 주겠다고 했다. 근로소득 세액공제 기본공제 상향, 근로자 본인 및 자녀에 대한 통신비 세액공제를 신설 등도 있다.


대통령이 쏟아낸 재정 약속 만만찮다. 적게 잡더라도 수백조원대 나랏돈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다세대·다가구, 소상공인 대책, 서민 취약계층을 위한 상생 금융을 약속했다. 청년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GTX A·B·C 노선 연장, D·E·F 신규 노선 신설, 지방 대도시권 광역급행철도 도입, 철도 지하화 등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필요한 교통 대책도 발표했다.


난감한 기재부 “선거 후 상황 달라지기도”


물가 안정을 위해 예정에 없던 예산을 수천억원 쏟아붓고 있는 기재부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과 여당 요구를 뒷받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선거 이후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지면 야당의 압박도 버티기 쉽지 않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이제 곧 기재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 것도 선거 후 펼쳐질 재정 전쟁을 의미한 것이다.


결국 8월 말까지 예산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기재부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현실에서의 시급성을 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정치권이 약속한 정책을 모두 추진할 순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선거 때 이런 공약들이 나오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라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세수 상황이 좋지 않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정건전성이 핵심이다 보니 예전보다는 부담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시급성과 필요성에 따라 예산(투입)을 고려하는 거니까 그런 부분을 잘 따져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며 “정치권 압박이 문제이긴 한데, 사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또 사정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지금으로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