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경쟁 치열한 시기 평가해도 늦지 않아
전환지원금 제도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고가 요금제에 장기간 가입하거나 재고 단말을 구입해야 전환지원금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 사실상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번호이동(이동통신사 전환)도 미미하다보니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환지원금은 이통사가 번호이동을 하는 고객에게 최대 5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는 신규 지원금으로 지난달 중순 처음 도입됐다. 현 정부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중 하나로 단통법 폐지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가 선뜻 보조를 맞추지 않자 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이통사간 보조금 경쟁의 물꼬를 틔워준 것이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경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통사들은 서로 합의라도 한 듯 엇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을 공시했다. 여기에 ‘전환지원금을 받으려면 고가 요금제를 일정 기간 써야한다’는 조건까지 내걸면서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신 스마트폰 대상 지원금 액수를 소극적으로 책정한 점도 부정적 여론의 불을 지피는 데 한몫했다.
그러나 아직 정책 평가는 이르다. 지원금 규제를 풀자마자 마케팅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이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날 때 마케팅 필요성을 더 크게 느낀다. 따라서 최신 스마트폰이 새로 나올 때 비로소 지원금 경쟁에 불붙을 수 있다. 고가 요금제 가입 조건을 없애거나 전환지원금 액수를 최대 50만원까지 늘리는 등 각 사업자들은 개별적으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 테다. 국내 통신 시장은 포화 상태인 만큼 회사들끼리 기존 가입자를 뺏어오는 경쟁이 치열하다.
통신 업계는 이통사들이 최근 몇 년간 사업을 다각화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이통사 통신사업 매출이 여전히 전체 매출의 절반을 훌쩍 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앞으로는 고객 유치전에 몰두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환지원금이 당장은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면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환심을 사기 위해 정책을 일사천리로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완전히 부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단통법으로 이통사간 보조금 경쟁이 막힌 상황에서 이들이 조금이라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본다. 정책 효과는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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