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곳곳 파행…1분기 건설사 마수걸이 수주 ‘묘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04.08 06:34  수정 2024.04.0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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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다툼, 조합 내홍 등 진통

건설사도 소극적, 상위 10대 건설사 중 3곳만 수주실적 채워

정부 개입에도 법적 효력 기대 어려워, 실효성 ‘글쎄’

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비 갈등으로 도심 내 정비사업장 곳곳이 진통을 겪고 있다.ⓒ데일리안DB

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비 갈등으로 도심 내 정비사업장 곳곳이 진통을 겪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건설사들도 수주에 소극적이다. 올 들어 1분기가 지나도록 아직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한 건설사도 수두룩하다.


8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북권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은평구 대조1구역 조합은 최근 은평구청에 ‘조합원 분양계약 총회소집 승인 요청’을 했으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곳 사업장은 조합 내분과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1800억원 규모의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3개월 넘게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대건설은 조합 집행부 공백으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공사 재개를 위한 핵심 요건으로 ‘안정적인 집행부 구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합은 현재 임시조합장 선임 절차를 밟는 가운데 조합원 분양계약 총회를 앞당겨 조합원 분양분 계약금 및 중도금 등을 활용, 시공사에 밀린 공사비를 지급하고 사업 정상화를 꾀하려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조1구역 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송파구 잠실진주, 강남구 반포1·2·4주구, 노원구 월계동신 등 서울 도심 내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분담금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조합원들과 조합 간의 내부 갈등도 짙어지는 모습이다.


정비사업 수주 여건이 녹록지 않게 되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도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소극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총 3조9944억원으로 1년 전(4조5242억원) 대비 12%가량 줄었다.


연초 마수걸이 수주 소식을 알린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3곳뿐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7곳은 올 들어 단 한 건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도 채우지 못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워낙 공사비가 많이 올랐고,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합과 공사비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그만큼 낭비되는 돈은 더 많아지는 셈”이라며 “핵심 사업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생각으로 건설사 대부분이 서둘러 수주 실적을 채우기보다 슬로우 스타터를 자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건설사업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달부턴 정비사업 분쟁 우려 시 국토부가 광역지자체에 선제적으로 전문가 파견을 요청하고 공사비 검증 등을 추진한단 방침이다.


또 올 상반기 중 공사비 갈등 분쟁을 집중 심사·조정하고 신속한 분쟁 조정을 위한 전문기관 위탁근거도를 마련해 신속하게 갈등을 조정한단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강제력 없는 제도적 지원만으론 정비사업 활성화가 이뤄지기 힘들단 견해다.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멈추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향후 공급부족 우려가 더 커질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로 분양 수익은 줄어든 반면 공사비 급등으로 투입되는 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실상 중단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불필요한 사업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금융구조 도입으로 분담금 부담 능력이 부족한 조합원을 지원하고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는 물론 서울시도 공사비 증액 관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법적 효력을 기대하기 어려워 실효성을 거두긴 힘들다”며 “결국 갈등 해결을 위해선 물가 상승분만큼 적정 공사비 수준을 맞추는 것뿐인데 이는 온전히 발주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건설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고금리, 고물가 현상도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앞으로도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장기간 지연되는 사업장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며 “사업 속도가 더뎌지면 향후 수급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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