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신규 회계방식 설명하는 웨비나서 "파운드리 2등" 재강조
보조금 힘입어 기술·생산능력 속도전…수율·고객 유치전 '관건'
인텔은 3월 21일 오전 10시 15분(PDT 시간) 반도체 및 과학법 직접 자금 지원 발표를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왼쪽 팻 겔싱어 CEO, 오른쪽 바이든 대통령ⓒ인텔
인텔이 삼성을 제치고 6년 안에 세계 2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미세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고객사 유치전에도 적극 뛰어들 전망이다. 파운드리 도약은 삼성에게도 마찬가지 과제여서 '2인자'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2일(현지시간) 투자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회계 방식을 소개하는 웨비나를 열었다. 여기서 공개한 2022~2023년 연간 매출 등 재무지표 외에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인텔 CEO 팻 겔싱어의 '호언장담'이었다.
그는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업체가 되겠다"면서 "외부 고객으로부터 연간 150억 달러(약 20조2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팻 겔싱어 CEO는 자사의 18A(옹스트롬, 1.8nm급)와 관련해 연말 제조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5개 외부 고객사를 보유한 상태라고도 강조했다. 14A 이상의 차세대 공정에 대해서는 "잘 진행중(well underway)"이라고 언급해 인텔 파운드리 로드맵이 순항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옴스트롬은 100억 분의 1m로, 기존 초정밀 반도체 공정인 nm보다 더 세밀한 단위의 표기다. n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은 줄고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nm이며, 이르면 연말부터 2nm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팻 겔싱어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가진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들어올릴 당시만 하더라도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후 '1.4A 로드맵'마저 공개하자 TSMC-삼성전자 1강-1중 체제가 TSMC-삼성전자-인텔 1강-2중 체제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 정부는 대출(최대 110억 달러)까지 합쳐 총 195억 달러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이는 총 지원 규모인 527억 달러 중 37%나 차지한다.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발표를 통해 정부는 인텔이 계획한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독려할 것이며, 이는 미국 반도체 제조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중 하나로 기록되고, 3만 개 이상의 고임금 일자리 창출 및 차세대 혁신을 촉발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인텔은 미국, 유럽 곳곳에 투자 깃발을 꼽으며 무섭게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에는 애리조나주를 비롯해 뉴멕시코주, 오하이오주, 오리건주 등에 생산거점을 짓고 있다.
유럽에는 독일, 아일랜드,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에 파운드리, 후공정(OSAT), 설계(디자인), R&D(연구개발) 시설을 짓고 있다. 미국처럼 유럽에서도 조 단위 보조금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3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삼성전
'타도 삼성'을 외치는 인텔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삼성이 2위 방어전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이에 못지 않은 선단 공정 속도전, 수주 전략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품질·규모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중이다. 최선단 기술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가 주요 승부처다. GAA는 게이트는 3면 외에 아랫면까지 쓰는 4차원 방식이어서 핀펫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손꼽힌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GAA 3nm 공정으로 모바일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품의 안정적인 양산을 시작하며, 2025년에는 GAA 2nm 선단 공정 양산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nm에서는 모바일향 중심으로 2025년 2nm 공정(SF2)을 양산하며,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향,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인텔처럼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도 확충한다. 이른바 '셀 퍼스트' 전략으로, 평택과 테일러 기준으로 2027년 클린룸 규모는 2021년 보다 7.3배 확대된다. 곧이어 테일러와 오스틴에 신공장을 짓게 되면 생산능력은 이 보다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인텔의 빠른 추격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1.4nm 개발은 TSMC, 인텔, 삼성전자 모두 로드맵에 포함된 내용이고, 특정 경쟁사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나 판단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인텔과 비교하면 우리는 중앙처리장치(CPU)뿐 아니라 모바일 AP, 시스템온칩(SoC), 그래픽처리장치(GPU),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한 파운드리 필드 레코드를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과 인텔이 열심히 물고 뜯어도 파운드리 2위 싸움은 결국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과 고객사 확보전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산 경험이 없는 인텔에게 수율은 큰 과제다.
ⓒ트렌드포스
이 대목에서는 선제적으로 GAA를 도입한 삼성이 유리한 상황이다. 수율이 개선되면 생산량은 늘고 원가는 줄어든다. 수율은 제품 단가·물량, 납기에도 두루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객사 유치에도 유리하다. 이에 인텔은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의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를 먼저 확보, 기술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고객사 유치전에서는 인텔이 MS와 손 잡으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수율 검증이 채 되지 않은 후발주자 인텔에게 덜컥 MS 물량을 주겠다는 것은 양사의 관계에 기술적 이외의 요소가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에 힘입어 '자국 기업 밀어주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꾸준한 기술 투자로 2022년 기준 삼성 파운드리 고객 수는 100곳 이상으로 2017년 보다 2.4배 늘었다. 2028년에는 200여 곳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럼에도 작년 4분기 기준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이 11.3%에 머물고 있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 기간 1위 대만 TSMC는 61.2%를 나타냈다. 인텔은 10위권 밖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TSMC의 3나노 생산이 확대되면 첨단 공장 매출 점유율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전망은 주요 고객사들의 발주가 TSMC에 쏠려있다는 의미로, 삼성과 인텔의 과제가 만만치 않음을 나타낸다. 이를 극복하려면 파운드리 전·후공정 서비스 등에서도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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