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빈소 신촌세브란스 병원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4.03.29 18:45  수정 2024.03.29 20:12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효성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사진)이 2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1935년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경기고)를 졸업하자마자 유학길에 올라,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부와 미국 일리노이공대 화공학 석사 학위를 마쳤다.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중 부친인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부름을 받고 귀국했다. 그의 나이는 31세였다.


그 뒤 조 명예회장은 동양나일론 울산공장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는 효성그룹 성장의 기틀이 됐다. 효성은 동양나일론 성공을 바탕으로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를 설립해 화섬사업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워냈고 1975년에는 한영공업(현 효성중공업)을 인수해 중화학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대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갔다.


실제 조 명예회장이 그룹을 이끄는 동안 효성은 한때 재계 순위 5위까지 오르는 등 국내에서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공학도 특유의 꼼꼼함은 공장 현장 등을 둘러보며 세심한 부분까지 지시하는 업무 스타일로 이어졌고 효성이 스판덱스 시장을 호령하게 된 토양이 됐다. 효성의 두 번째 대표 상품인 타이어코드(타이어 고무에 넣는 심재)가 2000년대 초반 세계 1위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몇차례 고비도 맞았다. 국내 30대 기업 중 16곳이 도산하던 1997년 IMF 외환위기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해 우량 계열사였던 효성BASF와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중공업 부문의 효성ABB를 매각하는 동시에 효성T&C와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 주력 4개사를 ㈜효성으로 몸집을 줄여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한일경제협회장 등 재계 리더 역할도 했다. 2007년부터 전경련 회장을 맡으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때로는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1990년대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하면서 적금 등을 강제로 가입하도록 하는 '꺾기' 관행이 있었는데, 전경련을 방문한 국회 재무위원회 앞에서 이를 신랄히 비판한 일화는 유명하다.


재계에서는 조 명예회장이 생전에 일찌감치 장남인 조현준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해 사후 승계가 관례였던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화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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