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兆 단위' 과징금 나오나…배상안 '분수령'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03.08 11:35  수정 2024.03.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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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 "차등 배상 원칙, 11일 발표"

금소법 적용 시 은행권 과징금 최대 9조대

자율배상 유도에 은행권 "법정소송 불리"

홍콩지수 ELS피해자모임과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금융당국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치고, 다음주 배상안을 내놓는다. 수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당국과 은행 간의 본격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현장검사를 완료하고 오는 11일 홍콩 ELS를 불완전판매한 은행 등에 대한 '책임분담기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은 내용을 밝히며 "법률상 의사결정이 어려운 분들을 제외하고는 일괄 배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발언을 정리해보면 금감원은 '차등 배상 원칙' 하에 판매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요소들을 하나씩 넣어서 배상안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가입자의 경우, 2016년~2017년에 홍콩H지수가 급락하던 때가 있는데 이같은 상황에 대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판매사 책임이 가중된다는 설명이다.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는 최종적으로 투자자별 특성에 따라 피해액의 40∼80%의 배상비율이 적용된 바 있다. 책임분담금이 나오면 은행을 비롯한 판매사는 수용 여부를 결정한 뒤, 자율배상에 나선다. 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를 밟는다. 분조위에서도 결판나지 않으면 법정에서 판결을 한다.


업계과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과징금이다. 금감원은 배상안과 별도로 은행 제재를 위한 법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검사에서 적합성 위반이나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하고, 은행에 기관제재와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은행이 얻는 이익에 준하는 금전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로, 조 단위의 과징금까지 언급되고 있다. 현행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에 따르면 최대 위반행위로 얻은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홍콩ELS는 모두 19조3000억 규모인데, 은행으로썬 최대 9조6500억원까지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약 17조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다만 당국은 은행들이 '선제적 자율배상안'을 받아들이면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은행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을 하게 되면 확정되지 않은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법정 소송에서 불리하게 되고, 배임논란에까지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홍콩ELS는 DLF와 달리 상품 자체의 하자가 있거나, 은행 전반적으로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건별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대형 로펌 다수와 계약을 맺고 향후 있을 법적 분쟁 대비에 나섰다. 은행 관계자는 "배상안 발표를 앞두고 있어 자율배상안에 대해서 언급하기가 어렵다”며 “책임분담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것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오는 18일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열릴 예정으로 이 원장이 협회 이사진과 만찬을 갖는다. 연례 행사이지만, 금융권 최대 이슈인만큼 홍콩ELS 배상안에 대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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