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한화오션 "HD현대, 기밀탈취 대가 치르게 하겠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3.05 11:47  수정 2024.03.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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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 유출 기업이 사업 끝까지 수행하는 것은 부정당"

"범죄행위에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증거 확실"

"밥그릇 싸움 아닌 공정성, 신뢰성의 문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5일 서울 중구 장교빌딩에서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군사기밀 불법 탈취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한화오션이 방산‧조선 라이벌인 ‘타도 HD현대중공업’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군사기밀 불법 탈취 행위가 밝혀졌음에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HD현대중공업이 제대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장교빌딩에서 언론 대상 설명회를 열고 “정부의 함정 건조사업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유출한 업체가 해당 사업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면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지도록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전날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탐지 수집 및 누설 사건에 개입‧관여한 임원을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한 한화오션은 이날 사내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특수선 사업 담당 등이 참여한 가운데 언론사들에게 고발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수 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군사 기밀을 불법 취득하고 비인가 서버에 불법 자료를 보관하면서 공유하는 것은 유례없이 심각하고 중대한 불법 행위이자 보안 사고”라면서 “그럼에도 상응하는 조치 없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진행이 지속된다면 결국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공정성을 상실할 뿐 아니라 국가 기밀과 방산기술의 유출로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고 방산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해 궁극적으로는 우리 K-방산이 신뢰성 확보와 함께 세계로 도약해 나갈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27일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 참가제한(부정당업체) 제재 심의에서 ‘행정지도’ 처분을 내리면서 입찰 참가자격을 유지토록 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방사청은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의 부정한 행위와 관련해서는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고발한 것도 이같은 방사청의 조치를 겨냥한 것이다. 임원이 형사처벌되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자격 제한도 이뤄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군사기밀 탈취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증거 다수 확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군사기밀 탈취에 개입한 다수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화오션이 제시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판결문에 따르면 기밀을 탈취한 직원들은 스토리지를 나눠 기밀 자료를 보관하면서 보안 감사때 네트워크를 단절하는 방법으로 감시를 피해왔다. 해당 스토리지는 서버 운용 솔루션 유지보수 업체에 관리를 맡겼는데, 이는 비용이 지출되는 부분이라 임원의 결재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한화오션이 군 검찰에 요청해 확보한 형사사건 기록을 보면 직원들은 군 실무자로부터 군사기밀을 제공받아 열람한 사실을 부서장과 임원에게 결재받았으며, 결재 계통에 있는 상급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군사기밀을 몰래 촬영한 행위에 대해 임원으로부터 질책받았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는 ‘질책 받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5일 서울 중구 장교빌딩에서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군사기밀 불법 탈취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방산업체 팀장급 직원이 해군본부를 방문해 군사기밀 열람에 협조한 함정 기술처장을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이 또한 임원의 직접적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군사기밀 탈취가 직원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경영진까지 포함해 당연한 업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며 “회사 차원의 조직적 범죄 행위에 대해 직원 9명에 대한 처벌로 종결짓는 것은 너무 불합리한 일이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 고발 조치가 KDDX 사업 입찰 등 업체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구 변호사는 “지금 상황은 경쟁업체간 이해관계 문제가 아닌, 함정 관련 국방 사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HD현대중공업의)꼬리지르기식 은폐 시도에 대해 정부가 면죄부를 주면 절대 안되기 때문에 우리가 경찰청에 추가 조사를 요청한 것이고, 수사가 확정되면 방사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두 업체의 이해관계가 걸린 가장 중요한 사업은 KDDX다. 2030년까지 6000t급 구축함 6척을 발주하는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국내에서 구축함 이상 대형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방산업체는 한화오션과 HD현대 뿐이다.


통상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사업의 경우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맡았지만, 기본설계는 HD현대가 수행했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위사업 입찰 자격을 유지한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입찰은 하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사업 입찰 이전에 HD현대중공업 임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해당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기 힘들단 의미다.


구 변호사는 “KDDX 사업은 사업대로 간다는 (방사청의) 입장인 걸로 알고 있다”면서 “경쟁입찰을 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경쟁해서 수주 여부를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꼭 이번 사업 수주와 연결지어서 고발 관련 절차를 완료해야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익적인 측면에서 고발한 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과거 경찰 수사에서 임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한화오션이 실질적인 피해자임에도 불구, 방사청 제재의 경우 피해자가 형성되는 구조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면서 “우리가 공식적으로 피해 상황을 방사청에 표명하지 못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이해관계보다 공정성 문제…HD현대 제재해도 함정 독과점 우려 없어"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인해 2025년까지 방위사업 입찰에서 1.8점의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받고 있다. 통상 소수점 이하의 점수차로 당락이 갈렸던 전례를 감안하면 1.8점은 치명적 패널티다. 이런 상황에서 입찰자격 제한까지 받을 경우 이중제재를 받게 돼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구 변호사는 “보안사고 감점과 부정행위에 따른 입찰자격 제한은 따로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한 번 위반했다고 두 가지가 반드시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 이번 사안은 워낙 중대한 범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찰참가가 제한되면 보안감점이 의미가 없지 않느냐”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이중제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이 입찰참가를 제한받을 경우 정부의 함정 건조 사업에서 한화오션의 독점 체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화오션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구 변호사는 “대형 함정과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두 곳 뿐이지만 범위를 전체 함정으로 확장하면 SK오션플랜트와 HJ중공업 등 여러 곳이 있다”면서 “설령 HD현대중공업이 제재를 받아도 행정소송으로 다툴 것이고 집행정지를 통해 웬만한 사업에는 다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영업담당 수석부장은 “지금 상황은 오히려 HD현대중공업의 독점체제”라면서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수주잔량이 13척으로 2028년까지 건조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지난해 11월 계약한 ‘울산급 배치3’ 5‧6번함을 포함해서 수주잔고가 3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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