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임기 만료...사추위는 구성조차 안돼
4월 총선 일정으로 낙천·낙선자 배려 영향?
역대 모피아 텃밭…자격시비 속 불명예 퇴진도
홍우선 코스콤 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만료됐지만 후임 인선 작업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오는 4월 총선 이후 변수를 고려해 자리를 비워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과거 역대로 낙하산 인사가 만연했던 코스콤에 낙하산 사장의 우려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의 정보기술(IT) 전문 기관인 코스콤 사장 후임 인사가 지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코스콤은 자본시장에서 IT 인프라·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한국거래소의 자회사다.
현재 코스콤은 홍우선 사장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지만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탓에 홍 사장의 임기가 자동으로 연장되고 있는 상태다. 홍 사장은 지난 2020년 11월24일에 선임돼 임기는 작년 12월4일까지였다.
업계에선 정은보 거래소 신임 이사장이 지난달 15일 취임한 뒤 코스콤의 인선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왔다. 모회사가 이사장을 선임했으니 이제 자회사 사장 선임 차례가 됐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아직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차기 사장 인선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는 4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 때문에 코스콤 사장 인선이 미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국면에서 낙천·낙선자들로 낙하산 인사가 단행될 것이기에 후임 인선 작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코스콤 관계자는 “현재 후임 사장 인선 작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4월 총선으로 인해 인선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저희가 한 얘기도 아니고 판단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코스콤이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기업이다보니 그동안 사장 선임에 있어서 낙하산 논란이 많이 발생한 곳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977년 한국증권전산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코스콤은 제공해왔지만 사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코스콤 공채 출신인 정지석 전 사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가 낙하산 인사였다.
사장들의 면면을 보면 전문성이 전혀 없는 금융권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 합친 말)가 가장 많았다. IT 전문가 출신도 있었지만 정치권과의 연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코스콤은 현 홍 사장이 19대 사장으로 지금까지 홍 사장을 포함해 총 15명이 사장직을 맡았고 이 중 모피아 출신은 8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초대 사장인 이두희 전 사장(1977.9.20~1978.2.24)과 7대 이준상 전 사장(1989.3.30~1992.3.30)은 재무부 출신이다. 8대 신윤재 전 사장(1992.3.30~1995.3.30)과 9·10대를 역임한 김경중 전 사장(1995.3.31~2001.4.10)은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11대 허노중(2001.4.10~2003.4.1), 12대 한정기(2003.5.1~2006.4.30), 13대 이종규(2006.5.1~2008.6.23), 16대 우주하(2011.1.5~2013.11.26) 전 사장도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2~3대 이관주(1978.2.24~1982.2.25) 전 사장은 은행권, 4~6대 장태완(1982.2.25~1989.3.30) 전 사장은 전직 군인으로 관료 출신은 아니었지만 전문성은 없었다.
그나마 15대 김광현(2008.10.20~2010.11.26), 17대 정연대(2014.5.8~2017.11.23) 전 사장은 민간 IT 전문가 출신이었지만 이들도 모두 정치권과의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는 것에서 모자라 각종 비리와 이슈로 임기를 제대로 못 채운 경우도 허다하다.
우주하 전 사장은 임기 중 횡령·배임과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인해 내부 갈등이 심해지면서 직을 내려 놓았고 김광현 전 사장은 임기 중 업계 재직시절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불명예 퇴진했다.
이들 보다 앞서 14대 대표이사에 오른 정연태(2008.6.24~7.1) 전 사장의 경우, 개인 파산선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임 11일 만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후 18대 정지석(2017.11.24~2020.12.4) 전 사장이 코스콤 출범 4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사장에 선임돼 적어도 외부 낙하산 논란은 잠시 쉼표를 찍었다. 하지만 이어 19대 대표이사에 오른 홍 사장이 IT 전문가가 아닌 채권·신용평가 전문가라는 점에서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콤은 사장 인사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있거나 전문성이 없는 인물들이 선임되면서 자격 미달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이번에도 부적절한 사장 인사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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