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빅데이터 기반 ‘준차트’로 한의학의 세계화 나선다

김준평 기자 (kimjp234@dailian.co.kr)

입력 2024.03.04 09:00  수정 2024.03.04 09:00

정인적방연구소, 한의사 대상 문진 처방 프로그램 ‘준차트’ 베타버전 출시

수십년 임상 경험 살려 집필한 한약서 ‘상한금궤방’에 ICT 기술 융합

노의준 소장 “빅데이터 쌓아 AI기반 시스템으로 발전, 미국 시장도 진출”

“한의사가 환자에게 딱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AI 빅데이터 기반의 CDSS(임삼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구현, 세계 시장에 내놓을 것입니다. 이는 한의가 비과학이라는 논란과 공격에서 벗어나 근거중심 의학으로 가는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며, 한의학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의를 통한 난치병 치료에 집중해온 정인적방연구소 노의준 소장은 ICT기술을 이용한 체계화된 한의 처방 시스템을 구축해 한의학의 세계화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의준 정인적방연구소 소장이 연구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의준 소장은 지난 2023년 11월에 수년간 준비해온 한의 진단처방 프로그램인 ‘준차트’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준차트는 현재 국내 한의사 120여명이 환자 치료 처방에 사용하며 임상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 적용에 따른 피드백도 데이터로 받고 있다.


준차트는 노 소장이 20년여 넘게 한의 처방을 통한 환자 치료를 해온 경험과 이를 집대성해 집필한 한의약서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상한금궤방 전방 상중하 3편과 기본 방편 1편, 약서 등 총 5건에 3000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한약서적으로 7년여의 시간을 들여 2020년 출간됐다.


그는 연세대 공대를 졸업한 후 늦깎이 한의사의 길로 접어든 경우로, 자신을 비롯 수많은 동료 선후배 한의사들이 한의약 처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체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이 한약서를 내놓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다. 기존 한의서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한자로 이해하기 어렵고 한약처방의 임상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실제 한의학에서 널리 몸살 감기의 처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시호계지탕’만 하더라도 한의서에 나와 있는 처방은 단 2줄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 소장의 설명이다. 이에 증세와 환자에 따라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처방은 단 한가지(적방)인데, 이를 찾아내기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세세한 처방 사용설명서를 체계화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또아리를 틀었고, 이를 그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현대화하고 객관화한 것이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다. 이후 이것이 준차트 개발로 이어졌다.


준차트는 사람의 기본적인 ‘체온(Temperature), 먹고 내보내는 것(IO, In take/Out put), 멘탈(Mental)’의 TIOM을 문진해 한약제제의 처방기준을 만든 것으로, 확률적 발현도와 임상적 중요도에 따라 ‘필증, 빈증, 혹증, 경향성, 신증’의 정도로 수치화 계량화한 것이 특징이다.


환자 문진차트 값과 처방기준 값을 매핑해 처방 후보를 도출하고, 한의사가 이 가운데 가장 확률적 적합도가 높은 처방을 선택하는 구조다. 환자는 한의원 내원전에 전체 190문항으로 이뤄진 준차트 문진 카톡문자를 받아 체크하게 되는데, 답변에 따라 통상 문진 수는 100문항 안팎이 돼 5분여면 체크를 완료할 수 있다.


준차트는 이후 지속적인 임상 처방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CDSS로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Figure 1. 한의 개인 맞춤형 진단처방 CDSS '준차트'의 개요. 환자는 3~5분 정도의 문진 과정을 거친다.


노의준 소장은 “현재 임상 테스트 중인 베타버전을 근 시일내에 정식 출시해,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손쉽게 한약처방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준차트가 널리 이용되며 축적되는 임상 데이터를 통해 종국에는 AI준차트를 구현해 세계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인적방연구소는 이를 위해 한의사들을 회원으로 한 임상데이터의 수집 플랫폼인 ‘준포털’을 지난해 하반기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준포털은 이전 노 소장이 설립해 운영하던 다음카페 학술커뮤니티 ‘로보카’를 리뉴얼한 것이다. 회원으로 가입한 한의사가 8000명에 달한다. 국내 한의사가 대략 2만여명인 것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규모다.


노 소장은 준포털을 한의사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논의하는 정보학술 커뮤니티의 장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며, 이와 병행해 미주 지역의 한의학 아카데미인 ‘TEM’ 활동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인적방연구소 노의준 소장이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EM(Traditional Eastern Medicine)은 노의준 소장과 미국내 한의사들간 교류가 시작되면서 2015년 만들어진 단체다.


미국 한의 시장은 단순히 한의사(침구사) 규모로만 봐도 5만여명으로 국내의 2배 이상이다. 이중 한인이 2000명정도이고, 한인 한의사 1000여명이 TEM에 참여하고 있다. 노 소장은 2018년 TEM 뉴욕지부 초청 강연으로 하버드 의대와도 연을 맺어, 2019년 5월 연구협약을 맺고 한의약을 통한 ‘불면증 질환 치료 한약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도 갖고 있다.


그는 “당시 미국내 TEM 한의사 회원의 중계로 하버드 의대 부속 병원인 매사추세츠일반병원(MGH)과 협력을 했고 코비드19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소기의 성과물을 내놨다”면서 “향후 미주 시장에 AI 준차트를 출시할 때 TEM 네트워크와 함께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준평 기자 (kimjp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