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아 수 역대 최저치
“경쟁구조 타파‧가족문화 개선 중요”
ⓒ뉴시스
정부의 잇따른 저출생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저출생 극복 정책과 함께, 경쟁구조를 타파하고 가족 단위 행복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200명) 대비 7.7%(1만9200명)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1년 전(0.78명)과 비교해 0.06명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 역시 4.5명으로 전년(4.9명)보다 0.4명 감소했다.
출산 연령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6세로 1년 전(33.5세)에 비해 0.1세 올라갔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6.3%로 전년(35.7%) 대비 0.6%p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청년들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을 강하게 거부하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최대 장애물은 우리 사회 가족문화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한국의 가족문화는 남성에게 부양을, 여성에게 가사 노동을 요구하는 성차별적 관념이 남아있다. 이러한 관념과 현실 사이에서 결혼·출산보다 사회적 활동을 택하는 청년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활동과 함께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요인으로 꼽는다.
30대 미혼여성 A 씨는 “평소 부모님 모습만 봐도 아버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고 어머니가 집안일을 도맡아 왔다”며 “이처럼 보통 여성만 집안일을 하는 분위기에서 나 역시 결혼 이후 아이를 낳으면 사회생활과 육아, 집안일까지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에 다니며 육아하는 게 엄두도 나지 않고,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꾸려놓은 커리어를 포기하고 결혼과 출산을 택하긴 싫다”며 “아마 결혼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들 역시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을 지울 수 없다. 과거와 비교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진 이유에서다.
20대 미혼남성 B 씨는 “만약 결혼 이후 아내가 임신한다면 몇 년간 혼자 돈을 벌어야 할 텐데, 나 한 명 월급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맞벌이를 해도 아이를 키우기 버거울 것 같아 결혼은 포기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사회생활 포기, 주거 마련 및 양육의 어려움, 성차별적 가족문화 등의 이유로 청년들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간한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 공급 장기추세’에 따르면 30대 미혼율은 2000년 13%에서 2020년 42.5%로 3배 넘게 뛰었다. 40대는 같은 기간 2.8%에서 17.9%로 늘었다. 50대에서도 0.8%에서 7.4%로 10배 가까이 올랐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 가족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며 가족 간 정서적 친밀감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사회를 살아온 청년 세대들이 다음 세대가 본인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저출생의 가장 큰 요인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기 때문인데, 일단 여건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여건이 되더라도 경쟁구조를 겪으며 살아온 청년들은 그 피로감을 내 아이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유로는 과거 가족이 가졌던 정서적 친밀감이 사라지면서 우리나라 가족이 행복하지 않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따라서 저출생 정책은 계속 펼치면서 사교육 경쟁 등 구조적 문제, 가족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등을 사회과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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