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인텔과 협력으로 PC 시대 영광 AI 시대서 재현 노려
인텔, 파운드리로 美 반도체 비중 50% 확보하겠다는 전략
팻 겔싱어 인텔 CEOⓒ인텔
"아시아가 80%를 차지하는 제조 비중을 서방 세계로 50% 가져와야 한다."(팻 겔싱어 인텔 CEO)
"인텔의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의 고객사가 됐다."(사티아 나델라 MS CEO)
"모든 칩을 미국에서 만들 수는 없어도, AI 시대를 이끄는 칩 주도권은 확보해야 한다."(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21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나델라 CEO와 러몬도 장관의 발언은 미국 반도체 부활에 대한 현지 정부·기업의 간절함으로 읽힌다.
인텔이 미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거침없이 파운드리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면, 인텔과 손 잡은 MS는 'AI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통적으로 양사는 PC→스마트폰→AI로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선두 반도체·IT 기업 자리를 탈환, 지배력을 공고히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IFS 행사에서 발표한 인텔의 '2027년 1.4nm 초미세 공정 도입' 만큼이나 업계를 놀라게 한 것은 MS의 인텔 고객사 선언이었다.
영상으로 소환된 나델라 MS CEO는 "1.8nm 파운드리 공정의 고객사가 됐다"고 밝혔다. 점유율 58.9%의 대만 TSMC나 12.4%의 삼성이 아닌 1.0%에 불과한 인텔에게 첨단 반도체 공정을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오랜 업력과 많은 파운드리 고객사를 보유한 TSMC나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로 초미세 공정 전쟁에서 치고나간 삼성 대신, 수율(양품 비율) 검증도 되지 않은 후발주자 인텔에게 자사 물량을 주겠다는 것은 양사의 관계에 기술적 이외의 요소가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나델라 CEO는 "가장 발전된 고성능·고품질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인텔을 골랐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 결과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양사 협력과 관련해 "미국 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직접 사용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 크다"면서도 "아직은 협력해서 개발하겠다는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제품 양산으로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6일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강연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업계가 향후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텔-MS 동맹'은 상당히 급진적인 협력으로 보인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내하고도 MS가 선뜻 인텔과 손을 잡은 것은 PC시대의 영광을 AI 시대에 재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MS는 윈도의 성공으로 PC 시대 '1인자'로 군림해오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으로 테크 산업 축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을 뒤이어 내놨지만 애플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2014년 나델라 CEO 취임 이후 MS는 윈도 비중은 낮추는 대신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고 양자컴퓨팅, AI 등 사업에 뛰어들어드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클라우드 성과로 MS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보다 17.6% 증가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특히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생성형 AI를 발빠르게 접목한 것은 MS가 AI 시대를 선도할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MS는 최근 AI 챗봇인 '코파일럿'을 탑재한 PC 운영체제 윈도11 업데이트 버전 출시했다. 또 자체 개발한 '마이아'를 통해 AI 반도체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같은 성장에 힘입어 MS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를 넘어섰다. PC 시대를 호령하다 스마트폰 시대에서 밀린 MS는 AI 경쟁에서 다시 선두그룹에 오르며 빅테크들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했다.
인텔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인텔
MS가 AI 패러다임 변화 속 화려한 부활이라면 인텔은 미국 반도체 재부흥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nm급인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1.8nm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양산중인 3nm 보다 앞선 공정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텔은 2027년까지 1.4nm 공정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의 계획대로 1.4nm가 양산 단계에 돌입할지는 미지수이나, 경영진이 직접 나서 파운드리 로드맵을 밝혔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TSMC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이 같은 행보는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 상무부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3300억원)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몬도 장관은 IFS 행사에서 "실리콘밸리에 실리콘(반도체)을 돌려주기 위해 칩스법2 등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해 지원금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경쟁자들 보다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팻 겔싱어 CEO가 언급한 미 반도체 비중 20→50% 전략과도 일치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마이크로소프트
일각에서 제기하는 검증되지 않은 인텔 파운드리 수율은 첨단 장비로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인텔은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의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 첫 공급업체가 됐다. 2nm 이하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를 선제 확보함으로써 기술 경쟁에서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TSMC 대 삼성이라는 양강 구도가 이제는 3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MS와 인텔은 AI와 반도체라는 두 패러다임 변화 속 미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선두 그룹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 기업간 동맹 강화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대응책도 더욱 세밀하고 촘촘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MS와 오픈AI 협력처럼 국내에서도 반도체 기업과 AI 업체간 연합을 이루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삼성전자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발굴·육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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