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중심 촉발…“최근 소스류 등 확대”
매운 맛 도전하기 SNS서 유행처럼 번져
올해도 매운맛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나 먹방 유튜버들이 매운 음식을 먹고 SNS에 인증하는 ‘매운맛 챌린지’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식품업계가 너나할것 없이 관련 제품을 쏟아내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매운맛 경쟁은 라면이 불을 지폈다. 농심은 기존 배홍동쫄쫄면보다 3배 매운 신제품 ‘배홍동쫄쫄면 챌린지에디션’을 한정판으로 판매 중이다. 농심은 이번 신제품으로 비빔면 경쟁을 본격화하고 출시 4년차를 맞은 배홍동 브랜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기존 신라면보다 스코빌 지수가 2배 이상 높은 7500SHU로 설정한 ‘신라면 더 레드’를 지난해 8월 한정으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출시 80일 만에 1500만봉 넘게 팔리며 큰 호응을 얻어 같은해 11월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농심은 신라면을 주축으로 매운라면을 지속 강화 중이다. 농심은 지난해 초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성수동 팝업 매장을 통해 매운 맛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확인했다. 당시 신라면 보다 3배 매운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6000SHU)’을 한정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농심이 신라면 브랜드를 활용해 파생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은 매운라면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양식품과 팔도가 매운라면 시장에 있어서 큰 두각을 드러내면서 이들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 오뚜기도 지난해 하반기 신제품 ‘마열라면’을 통해 불맛 전쟁에 가세했다.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넣어 매운맛을 강화한 ‘마열라면’을 내놓았다. 이미 국내에서는 1000만개에 달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오뚜기는 신제품으로 매운 라면 대표주자 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1996년 선보인 열라면의 매운맛을 경쟁이 치열해질 때마다 강화해왔다. 2012년 열라면에 들어가는 하늘초 고춧가루 함량을 2배 이상 키우면서 스코빌지수도 2100SHU에서 5000SHU 이상으로 높아졌다.
당초 매운라면 시장을 형성한 것은 삼양식품이다. 매운 라면인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꾸준히 라인업을 강화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매운 국물라면인 ‘맵탱’을 지난해 새롭게 론칭하고 판매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후발주자 팔도 역시 기존 대표 브랜드인 ‘팔도비빔면’, ‘왕뚜껑’와 함께 매운 라면인 ‘틈새라면’이 이미 주력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출시한 매운 라면 ‘킹라면’과 함께 올 상반기에는 새로운 라면 브랜드 ‘마라왕’을 론칭해 한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식품업계에서는 경기가 불황이면 매운맛 선호 현상이 강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해준다고 알려졌다.
특히 ‘매운맛 라면’이 최근 트렌드의 선봉장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라면 업체들은 기존 제품보다 매운맛을 강조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매운 라면은 최근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인기 제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더 이상 놓칠 수 없는 핵심 라면 제품군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매운 라면과 함께 식품업계가 초점을 두는 것은 바로 소스류다. 세계적인 ‘한국식 매운맛’ 열풍에 힘입어 고추장·불닭 양념 등 소스류 수출액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떡볶이·불닭 등 한국식 양념소스류의 수출국이 늘면서 해외 시장도 확대됐다.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양념소스·전통장류 등의 수출액은 3억8400만달러(약 5120억원)로 1년 전보다 6.2% 늘었다. 2017년 2억1200만달러에 그쳤던 소스류 수출액은 2020년 3억달러를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불닭과 고추장 등 매운맛 소스가 수출액 증대를 이끌었다. 불닭·불고기소스 등 양념소스류 수출액이 2억41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추장·된장 등 장류 1억1100만달러, 케첩·마요네즈 등 3200만달러 순이었다.
이에 힙임어 식품업계는 올해도 매운맛 소스 라인업을 지속 강화 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지난달 소비자들의 세분화된 수요를 반영해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중 하나인 스콜피온 고추를 사용한 ‘타바스코 스콜피온 소스’를 공개했다.
외식업계도 매운맛에 주목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치킨뿐 아니라 소스 사업을 글로벌 전략 식품 비즈니스로 육성하고 있다. 교촌의 소스 수출액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3.1배 늘어났다. 이중 레드 소스가 약 33% 비중으로 가장 많은 수출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운 음식을 먹고 SNS에 인증을 남기는 것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면서 매운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매운 음식은 음식의 색깔, 땀 흘리는 모습 등 짧고 굵은 영상 위주의 충분한 콘텐츠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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