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조원 쏟아붓는 친환경 해운, ‘만리장성’ 넘는 게 관건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1.26 08:00  수정 2024.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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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에도 강해진 탈탄소 바람

친환경 선박 시장 놓고 경쟁 치열

정부, 전통 해운 강국 재도약 노려

중국·일본, 정부 지원 바탕 몸집↑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HD현대

바다 위 탈(脫)탄소 바람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새해 들어 친환경 해운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규제가 또 다른 시장을 만드는 만큼 정부는 해양강국으로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계획이다.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선 중국과 일본이라는 주변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아시아 국가 최초로 ‘2050 국제해운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고 4대 추진전략을 통해 해양 친환경 선도 계획을 밝혔다.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이란 이름으로 5000t 이상 외항선 친환경 연료 전환, 친환경 미래 연료 인프라 확충, 무탄소 항로 구축과 국제협력 등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먼저 친환경 선대 전환이다. 국제해사기구(IMO) 탄소배출 감축 목표에 따라 5000t 이상 외항선 864척을 대상으로 친환경 연료 선박 전환을 유도한다. 우선 유럽연합(EU) 지역규제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유럽과 미주 정기선대 60%를 우선 전환한다는 목표다.


총 118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할 예정으로, 2050년까지 노후 외항 선박 모두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한다.


2030년까지 새로 만드는 선박은 기존 연료와 함께 에탄올,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병행 사용하는 형태가 된다. 이중연료 선박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을 추진, 향후 암모니아와 수소 연료 선박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친환경 선박 전환이 적기에 이뤄지도록 정책적인 지원도 늘린다.


해수부는 친환경 선박은 고가의 엔진과 연료탱크 등을 설치하는 만큼 2030년까지 국내 해운선사 비용증가 규모만 약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비용부담으로 해운선사가 친환경 전환 투자를 주저할 것을 우려해 정부는 공공기관, 금융권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선박·연료 전환은 기본, 관련 기술 시장도 선점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을 통해 최대 4조5000억원 규모 공공기금도 조성한다. 국가 인증 친환경 선박을 건조할 때 녹색 금융 지원으로 대출자금에 대한 금리 인하를 확대한다.


선사 선박 건조 자금 조달을 위해 녹색 채권을 발행한다. 선박 금융에 ‘핀테크(FinTech)’ 도입 등 ‘민간 선박 투자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


정책·금융 지원에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 해운선사를 위해 최대 1조원 규모 펀드를 신설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특별보증을 하고, 공공선주 사업으로 친환경 선박 건조를 돕는다.


기술개발과 연료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오는 2031년까지 진행하는 ‘친환경 선박 전주기 혁신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원천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 LNG와 하이브리드 등 저탄소 기술 국산화를 서두르고 친환경 연료전환을 위한 항만시설 확충도 가속한다.


국제 경쟁력 제고와 시장 선점을 위해 무탄소 항로(航路)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월 부산-미국 서부 간 무탄소 녹색해운 항로 구축을 위한 타당성 연구를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친환경 해운산업 모델을 구축한다.


해수부는 “친환경 해운 전환 1위 국가를 목표로 국적 선대 친환경 전환 때 해운·조선 산업 동산 성장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조선·기자재 등 전후방 산업 생산유발 효과로 2030년까지 17조원, 2050년까지 최대 158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등 친환경 해운 전환을 탄소 중립 시대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친환경 선박 지원 안내. ⓒ한국해양진흥공사
최대 경쟁자 중국, 조선업 녹색발전추진계획 발표


친환경 해운 시장 선점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이다. 중국은 근래 조선업 점유율과 해운 지배 선대 규모 등에서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다. 신조선 시장에서는 일본 점유율을 흡수하며 50% 안팎으로 압도적 1위다. 선박 보유량 또한 2022년 이후 그리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에 조선산업을 포함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몸집을 급격히 부풀리는 중이다.


중국의 조선 시장 점유율 확대는 탄소 중립 대체연료 선박 수주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이후 5년간 5000GT(총 톤수, Gross Tonnage) 이상 상선 가운데 LNG와 메탄올 대체연료추진선 수주 실적을 보면 2021년까지 한국이 압도적 우위였으나, 최근 2년간은 점유율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LNG 추진선은 중국이 한국을 앞지르기도 했다. 점유율 기준 2019년 한국 64.1%, 중국 15.1%였다. 2022년에 한국 52.0%, 중국 43.7%까지 줄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이 52.8%를 차지해 한국(44.6%)을 능가했다. 중국 조선업체인 다롄조선, 양쯔장조선 등은 지난해 4~6월 발주한 메탄올 추진 9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12척 모두 수주했다.


전통의 강자 일본도 친환경 선박을 바탕으로 조선업 재도약을 모색 중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양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 조선과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가 합작 설립한 니혼십야드(NSY)는 지난해 7월 에버그린이 발주한 메탄올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일본 정부는 이들 조선소가 친환경 선박을 쉽게 수주할 수 있도록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조선·해운업계에서는 세계 친환경 해운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면 과감한 정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처 간 협력을 통해 국내 청정연료 생산 기반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상탄소중립은 국내 해사 산업에 있어 기회보다는 위기로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에 대한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 수석연구원은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 국가 주도 시스템을 가진 중국에 비해 우리 대응 환경은 매우 불리하다”며 “이를 극복할 대안을 산업계 전체 노력을 결집해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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