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지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
본업 수익 적자…"폐지 or 주기 조정"
신용카드 이미지ⓒ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카드사를 향해 “해외 진출을 통한 신시장 개척과 함께 고객 중심의 혁신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의 말이라 특별하게 들릴 순 있겠으나, 업계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입버릇처럼 할 수 있는 원론적이고 뜬 구름 같은 조언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시도하며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곳은 찾기 어렵다. 각 사의 규모가 작고 규제가 많아서다. 이것저것 피하고 조심하려다 보니 해외서도 앞으로 한 발짝 떼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고객 중심의 혁신 또한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것을 위해 카드사들이 해야될 게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대체적으로 당국의 모호하고 우유부단한 태도가 업계를 더 혼란에 빠뜨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때라는 의미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적격비용 제도개선이다. 적격비용은 카드결제 전 과정에서 드는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승인·정산비용 ▲마케팅비용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영업 원가다.
금융당국은 3년마다 카드사들의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한다. 문제는 지난 2007년부터 14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이 내려갔다는 점이다. 영세한 가맹점에 적용하는 우대 수수료율도 2012년 이후 8차례 넘게 적용 대상이 확대돼 현재는 전체 가맹점의 96%가 적용받고 있다.
사실상 카드사들이 본업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사라진 셈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그러나 당초 작년 말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했던 계획은 레고랜드 사태 등 자금시장 경색 등의 영향으로 무산됐다. 개편안 발표는 금융위가 다시 예고했던 올해 3분기를 넘어 연말까지 미뤄진 상태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적격비용 제도개선 방안이 발표돼야 하지만 산정 체계를 논의하는 TF에서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조만간 제도개선 개편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시기를 알 수 없다”,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적격비용 반대에 대한 목소리는 더 격해지고 있다. 금융위가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적격비용은 당시 현재의 고금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사실상 수수료 인하 명분으로만 작동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가 만들어질 땐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였지만 지금은 고금리 시대라 현 제도는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적격비용 제도를 폐지하거나 경기 변동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재산정 주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이 금융권에 주문한 상생금융 부담까지 더해지는 카드사들의 연말은 흑빛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업계가 본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건 곧 시한부 판정과 다름없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가맹점과 소비자 보호라는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다. 그럼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카드사가 망하면 그 피해도 소비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성장이라는 단어에는 분명 어디에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힘이 담겨 있다. 당국의 조언과 말이 더 와닿으려면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이 밑받침 돼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카드사들이 본업을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테이블이 아닌, 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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