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퀴즈 풀어야 가입' 신한은행式 비대면 판매 확산된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3.12.04 06:00  수정 2023.12.04 06:00

명확한 설명의무 확인 방식 아이디어

다른 금융사들도 시스템에 반영할 듯

온라인 고위험 상품 논란에 더욱 주목

서울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 전경. ⓒ신한은행

신한은행이 모바일뱅킹으로 일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퀴즈'를 풀어야만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든 방식이 다른 금융사로도 확산할 전망이다. 비대면 채널에서 금융상품 설명의무를 명확하게 구현했다는 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다른 금융사의 교보재 역할을 하면서다.


최근 홍콩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조원대 원금 손실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비대면으로 고위험 상품 가입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는 문제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더욱 주목받는 모습이다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쏠(SOL)'에서 방카슈랑스 판매 과정 속 퀴즈 방식으로 설명의무를 구현한 것을 모범사례로 꼽아 전 금융사에 전달했다.


현재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비대면 금융상품 설명의무 이행 가이드라인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전산 구축을 진행 중이다. 영업점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상품에 가입하는 것과 달리 비대면으로는 전적으로 소비자 책임이 크기 때문에 설명의무가 보다 명확하게 전달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관계기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원칙을 제시했고,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회사별로 다양하게 나올 수 있도록 자율로 뒀다"면서도 "금융사들이 어떻게 구현해야 좋을지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어 잘 구축했다고 판단된 신한은행 사례를 전파했고, 상당수 회사들이 비슷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으로 방카슈랑스를 판매할 때 소비자가 상품에 관해 명확히 이해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종의 퀴즈를 도입했다. 상품 가입 최종 단계인 전자서명이 진행되기 전 4가지 문제가 제시되고, 이를 모두 맞춰야만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보험 계약 철회 일자를 물어보는 질문에 ①15일 ②30일 ③60일 ④90일 등의 보기가 제시되고, 이를 맞추는 방식이다. 방카슈랑스가 은행 예·적금과 다른 보험상품인 것을 알고 가입하는지 물어보면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품 가입을 위한 최종 단계인 전자서명을 앞두고 고객이 반드시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항목들에 대해 퀴즈 형식으로 한 번 더 확인한다"며 "이후 보험사의 해피콜이 추가 진행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이 소비자 설명의무를 명확히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다른 금융사에 모범사례로 전파된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설명의무 강화 기조가 분명한 가운데 현재 전산 구축을 진행 중인 다수 금융사들이 이를 참고해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 등 금융사에서도 온라인 상품 가입 시 확인 질문 형태의 절차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신한은행 사례를 따로 언급한 건 관련 프로세스에 그만큼 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의 사례는 앞으로 방카슈랑스뿐 아니라 다른 금융상품에도 적용돼 비대면 채널의 상품 설명의무가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H지수 연계 ELS의 내년 상반기 원금 손실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비대면으로 고위험 상품 가입이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은행권과 달리 증권업계에서는 H지수 추종 ELS의 판매 경로 약 80%가 비대면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영업점 직원의 설명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 만큼, 해당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비대면 채널의 설명의무가 명확하게 구현되지 못한 상황에서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비대면 채널의 설명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기조는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 금융사 소비자보호담당 임원은 "소비자가 비대면 채널로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상품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라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라며 "모바일로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 전문투자자든 일반투자자든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안 볼 가능성이 크고, 이런 이유로 소비자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 입장에서는 투자자 불편과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측면에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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