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 5억원 내고 보석 석방
‘경영 공백’ 한국타이어 한숨 돌려
대전공장 재건 여부 결정 시급... 투자도 속도 낼듯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한국타이어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완전한 경영 복귀는 어렵지만, 그간 조 회장 부재로 올스톱 됐던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 사항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전날 조 회장이 청구한 보석 신청을 인용했다. 조 회장은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3월 27일 구속기소됐으며, 지난 8월 보석 신청을 했다.
이에따라 조 회장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된다. 재판부는 ▲출석 및 증거인멸 관련 서약서 제출 ▲보증금 5억원(그중 2억원 보험증권) ▲보석보증서 제출 및 지정조건 준수를 보석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간 조 회장 수감으로 경영 공백을 겪던 한국타이어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그간 한국타이어 회장이자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서 조 회장이 M&A와 대규모 투자 등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진두지휘해왔지만, 수감된 이후 관련 사안이 올스톱 됐기 때문이다.
물론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당장 경영 일선에 완전히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재판부가 보석 석방을 인용하는 대신 내건 조건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 참여에도 제약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 관련 주요 결정에 있어 이수일 한국타이어 사장과의 소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가 명시한 지정 조건 중 ‘재판 관련 참고인 및 사건 관련자들과 통화, 문자, SNS 등으로 연락하거나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접촉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상 부득이하게 접촉해야 할 경우 법원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원만한 소통이 어려운 만큼 완전한 경영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조 회장이 불구속 상태란 점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던 한국타이어에 리스크를 최소화 해줄 전망이다.
우선 당장 빠르게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는 대전공장의 재건 여부가 꼽힌다. 대전공장은 화재 직후 조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전소된 공장을 철거한 상태에 머물러있다. 현재는 전소되지 않은 공장만 생산을 재개한 상황이다.
타 공장에서 생산량 끌어올리면서 판매 차질은 줄였지만, 레이싱 타이어 등 대전공장에서만 생산되던 일부 제품에 대해선 생산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쟁사에 물량을 뺏기기도 했다. 특히 그간 조 회장이 모터스포츠 관련 사업에 힘을 쏟았던 만큼 레이싱 타이어 생산 라인을 어디에 구축할 지에 대한 사안과 대전 공장의 재건 또는 폐쇄에 대한 결정이 시급해 보인다.
두번째는 미래 먹거리 위한 투자와 신성장동력 확보다. 한국타이어의 전반적인 경영과 관련해선 이수일 사장 체제에서 결정되지만, 대규모 투자 및 M&A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관련한 사안은 조 회장이 직접 이끌어왔다.
실제 지난 3월 조 회장 구속 이후 한국타이어에서는 올해 M&A, 신규 시장 진출 등 대규모 투자가 전무했다. 이달 23일 헝가리 공장에 2027년까지 약 7589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발표가 있었으나, 이 역시 이미 내부에선 2018년부터 결정됐던 투자 건이다.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다가 최근 시장 상황에 따라 세부 투자 규모 조정이 이수일 사장 아래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조 회장이 수감된 동안 이수일 사장 체제에서 긍정적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조 회장이 수감 이전 적극적으로 출시했던 신제품 및 글로벌 투자 덕에 글로벌 브랜드력 하락이나 수익성 저하는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 수감 이후인 올해 2분기와 3분기 한국타이어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동화 전환으로 전세계 모빌리티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조기 투자가 필수적으로 꼽히는 만큼 업계에선 조 회장이 그간의 경영 공백을 상쇄하기 위해 투자 결정을 서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이 아직 남아있어 조현범 회장이 한국타이어 경영 일선에 완전히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수감 돼있을 때 7-8개월 소요되던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이 3-4개월 수준으로 당겨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급한 사안부터 신속하게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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