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속도내라”…당국의 독촉에 난감한 은행권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11.27 17:00  수정 2023.11.27 17:26

금융위·금감원 17개 은행장들과 간담회

인뱅·외국계 동참…지원 규모 확대 ‘촉각’

신속 추진 기대하는 당국…고심 깊어진 銀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가운데)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은행장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상대로 속도감 있는 상생금융 추진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외국계은행도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지원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들은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17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상생금융안을 속도감있게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은행들이 (자영업자·소상공인)대상 대출 규모가 얼마나 되고 상황이 어떤지 거의 파악됐을 거 같다”며 “이를 바탕으로 태스크포스(TF)가 은행연합회와 정부쪽 만들어졌기 때문에 속도감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17개 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20일 열린 8대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이은 두 번째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다.


이 행사에는 국내 은행 20곳 중 국책은행(KDB산업·한국수출입·IBK기업은행)을 제외하고 전 은행권이 다 모였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은행들이 이자 수익으로 막대한 이익을 낸 만큼 상생금융 방안에 다같이 참여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은행권과 협의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확대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은행권의 논의를 적극 지원하면서 제 2금융권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금리부담을 덜 수 있도록 고금리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범위와 지원 수준의 대폭 확대 등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외국계은행도 동참한 만큼 향후 은행권의 지원 규모가 이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앞서 지난 20일 “외국계은행과 인터넷은행도 당연히 (상생금융에) 협조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외국계은행에 대해서도 전 세계적으로 은행에 대한 어떤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 얘기가 되고 있다”며 “(그들도) 은행이 뭔가 사회적으로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런 맥락에서 대응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만나 상생금융안을 논의하는 것이 신(新) 관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은행 금융산업은 굉장히 급변하는 시장이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유연하게 해야 된다”며 “당국이 뭘 생각하는지 (금융사들이) 이해하고 당국도 금융사들이 뭘 생각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데,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관치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오는 12월 중 상생금융 지원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은행권의 고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저금리 대환 외에도 금융당국의 눈높이에 맞는 상생금융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이자 캐시백, 이자감면, 원금 상환 등의 지원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원 규모는 총 2조원 수준의 역대급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국회에 발의된 ‘횡재세’를 참고하라고 언급한 것을 고려한 수치다.


은행들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앞서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선제적으로 각각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내놓았으나 당국의 반응은 냉랭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방식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은행간에도 규모와 여력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주문처럼 신속한 방안 도출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 은행이 협의해 공통적인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은행 간 체급 차이가 너무 크고 각자 역할이 다른 만큼 통일된 방안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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