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인건비 급등, 나날이 치솟는 공사비
시공사-조합 간 갈등 첨예, 전문가단 파견해 중재
“강제력 없어 효과도 한계…명확한 규정부터 마련해야”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뉴시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를 직접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긴 힘들단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9·26대책의 후속 조치로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완화하기 위해 전문가 파견 및 사전 컨설팅 제도를 도입했다.
공사비 분쟁으로 사업 지연이 우려될 경우 조합이나 시공사가 기초자치단체에 파견을 요청하면,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3~4명의 전문가단을 꾸려 현장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단 파견에 드는 비용은 국토부에서 전액 지원한다.
또 시공계약을 맺지 않은 곳은 무료로 사전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계약 과정에서 분쟁 소지를 없애고 공사비 계산 등에 자문을 제공한다. 공사비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비사업에 특화된 표준공사계약서도 배포한다.
서울 잠실 일대 17년 만에 공급되는 신축 단지로 주목받은 송파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재건축은 시공사(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을 겪는 대표적인 사업장 중 하나다.
시공사는 지난 8월 3.3㎡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원에서 898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조합에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은 기존 공사비도 2018년 8월 도급계약 당시보다 인상된 금액인 데다 조합원 부담금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성북구 장위6구역은 이주·철거가 진작 끝났음에도 3년 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한 차례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를 교체한 이곳은 대우건설과 2019년 3.3㎡당 427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4월 조합에 자잿값과 인건비 등을 반영해 3.3㎡당 600만원 수준으로 공사비를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조합이 거부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조합에 요구한 증액 공사비는 총 2조3273억원 규모에 이른다.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요청을 의뢰하는 사례도 늘었다. 2019년 2건에 불과했으나 2020년 13건, 2021년 22건, 지난해는 3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9월까지 23건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처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업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갈등을 중재, 사업을 정상화해 원활한 주택공급을 꾀하겠단 복안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민간 계약에 공공이 직접 개입해 조치를 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자칫 공사비 갈등은 해결하지 못하고 사업만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제도 역시 강제성이 없다 보니 2~3개월에 걸쳐 검증을 받더라도 조합과 시공사 간 줄다리기는 계속된다”며 “전문가단 파견 역시 갈등을 중재한다며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 파견 제도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계약 초기 단계부터 공사비 증액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떤 기준에 따라 증액할지 관련 규정이나 가이드라인부터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강제성이 없으면 전문가단 역시 임의로 갈등을 중재하고 공사비를 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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