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비대면 신청 '그림의 떡'
"체계 복잡·수요 부족" 토로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이자 장사" 비난 속
소비자 체감 서비스 혁신 목소리↑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국내 시중은행들 가운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기업대출 고객의 금리인하요구를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서도 받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이들이 현장 지점을 직접 찾지 않고 비대면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단 얘기다.
은행들이 별다른 혁신 없이 가만히 앉아서 이자 장사만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시중은행들 중에서 현재 기업대출에 대해 비대면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신한은행뿐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때 금융사에 금리를 인하해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로 2019년 6월 법제화됐다. 자영업자 등 기업대출 고객은 매출이나 이익이 늘었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전체 은행권으로 넓혀 봐도 기업대출의 금리인하요구 신청이 가능한 곳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19개 은행 중 비대면 기업대출 금리인하요구 신청이 가능한 곳은 신한은행을 비롯해 ▲BNK경남은행 ▲제주은행 ▲KDB산업은행 ▲Sh수협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8곳뿐이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금리 인하를 신청할 수 있는 비대면 시스템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힌 건 2019년 1월의 일이다. 이에 은행권은 가계대출의 경우 모바일뱅킹 등 온라인을 통해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대출과 중소기업·대기업대출 등에 대한 온라인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시스템은 4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도 현재는 개인사업자만 비대면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개인대출 금리인하요구 비대면 신청 시스템을 마련할 때 법인을 제외한 개인사업자들도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함께 만들었다"며 "개인사업자대출까지 비대면으로 신청 가능한 은행은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대부분의 은행들은 한계를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요가 별로 없다거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개인처럼 일원화돼 있지 않고 각 영업점 마다 관리하고 있어서 비대면 금리인하요구 시스템을 전산으로 마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담당자가 직접 창구 방문하는 일이 잦다보니 직접 내방할 때 자연스럽게 신용평가에 따른 금리 조정 얘기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형 시중은행들이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부진한 혁신을 꼬집으며 직접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은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달 6일 "올해 은행권 이자 이익이 60조원으로, 역대 최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은행 산업에 계신 분들도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최근 은행권이 직면하고 있는 비난 여론을 감안하면, 비대면 금리인하처럼 사소하지만 소비자 편익과 직결된 서비스는 앞으로 더 주목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비교적 후발 주자임에도 이미 관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대비되면서, 대형 은행들의 항변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인터넷은행들도 100% 비대면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며 "단순히 금리인하요구 신청만 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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