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충당금 적립 올해만 7조…부실 리스크 '촉각'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11.01 06:00  수정 2023.11.01 06:00

한 해 동안에만 2배 넘게 늘어

고금리에 대출 건전성 '흔들'

리스크 도미노 차단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금융그룹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이 올해 들어서만 7조원에 육박하며 한 해 동안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충격파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잠재돼 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고개를 들며 비용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6조88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0% 증가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이 쌓은 신용손실충당금이 1조768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4.2% 급증했다. 산한금융 역시 1조4773억원으로 73.4% 증가했고, 농협금융은 159.1% 늘어난 1조3468억원으로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1조2184억원, 우리은행은 1조790억원으로 각각 105.0%, 73.5% 늘었다.


금융지주들이 충당금을 늘리는 배경에는 치솟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시장 금리도 잇따라 높아지면서 금융그룹의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나날이 치솟고 있다. 5대 금융지주의 평균 NPL은 0.47%로 지난해 말보다 0.13%포인트(p) 높아졌다. NPL비율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NPL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으로 0.11%p 오른 0.52%를 기록했다. 그 다음 KB금융과 NH금융이 0.48%로 각각 0.14%p, 0.18%p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0.12%p 오른 0.46%, 우리금융은 0.10%p 오른 0.41%를 기록했다.


KB·우리·농협금융 등은 "금융시장 불확실성 대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융그룹 자회사들의 부동산 PF 부문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 활황이었던 부동산, 건설 시장이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며 자금 조달 부문에서 연체 우려가 덮쳤기 때문이다.


김주성 하나금융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그룹 전체의 요주의 여신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부분 PF 사업장 평가할 때 고정이하까지 떨어지지는 않으나 사업상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요주의로 내렸던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전성은 모든 지주가 올해 어려운 상황을 예상해 보수적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외 정세가 훨씬 어려워져 건전성 관리가 어려웠던 측면이 있고 3분기에도 추가로 악화했다. 내년은 올해보다 어려운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장근 우리금융 CRO도 같은 날 콘퍼런스 콜에서 "비은행쪽 신용여신이나 부동산 PF 연체가 있었다"면서 "PF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여신 비율도 높지 않아서 저희가 적극적으로 매·상각을 하면 NPL 비율이나 연체율을 계획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관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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