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가능성에도 투자 경고는 없어
제도적 한계로 투자자 보호 사실상 실패
‘초장기 투자 경고 지정’ 신설…효과 주목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하한가 사태가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시장경보조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시세조종 의혹으로 거래정지된 가운데 이들 종목에 대한 시장경보 조치가 ‘투자주의’에 그쳐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시장감시체계 강화 필요성이 재차 제기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의 주가 급락으로 인한 매매 거래 정지가 지난 4월 8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한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유사해 주가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날인 18일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주가가 하루만에 각각 29.96%(4만8400→3만3900원)와 29.91%(3210→2250원)나 폭락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하한가를 기록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2개 종목에 대해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된 데 따른 조치로 감독당국도 불공정 거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해 검찰에 이첩했다.
이에 대해 양사는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 거래소는 영풍제지의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장감시위원회가 ‘소수 계좌 매수 관여 과다’ 등의 사유로 지난해 1월 이후 7차례에 걸쳐 영풍제지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시감위는 작년에는 5건을 지정했고 올해는 7월과 8월 2차례 지정했다.
시감위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대해 투자자주의 환기와 불공정거래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시장경보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세 단계에 거쳐 이뤄진다.
이 중 투자주의 단계에서는 관련 종목 매매 시 제한이 없다. 단지 개인투자자의 뇌동매매 방지와 잠재적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할 뿐이다.
투자경고 단계에서부터 가수요를 억제하고 주가급등을 진정시키는 등 본격적인 시장안정화 조치가 이뤄진다.
투자경고종목의 경우 투자자가 매수 희망 시 신용융자로는 거래할 수 없고 위탁증거금도 100% 납부해야 한다. 또 대용증권으로 인정되지 않고 주가가 추가 급등시 매매거래정지 및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는 리스크도 따른다.
시감위가 영풍제지에 대한 소수 계좌 매수 관여를 알았으나 적극적으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는 데는 제도 상 한계가 따랐던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주가가 3거래일 간 100% 오르거나 5일 간 60% 오르는 등 비정상적인 변동이 동반돼야 한다. 혹은 15거래일 중 5거래일 이상 투자주의종목에 오르는 등 시장조치 반복지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영풍제지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피했다. 이 종목은 올 들어 하한가 사태 전(1월2일~10월17일)까지 주가가 883.74%(4920원→4만8400원)나 올랐는데 일별 추이를 보면 상한가는 지난 4월19일(29.94%·1만2690원→1만6490원) 단 한 차례만 기록했고 두 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한 날도 단 4일에 불과했다.
대양금속의 경우 올 들어 하한가 사태 전까지 주가가 횡보세(3200원→3210원)를 보여 시감위로부터 어떠한 조치도 받지 않았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전경. ⓒ한국거래소
이번 사태로 시장 경보조치에 구멍이 드러난 가운데 거래소가 제도 개선을 예고해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시감위는 1년 간 주가 대비 200% 이상 오른 종목에 대해 필요할 경우 투자 환기가 가능하도록 매매 양태 등 불건전성을 반영한 ‘초장기 투자 경고 지정’ 요건을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감시 기능 강화를 통해 주가조작 등 신종 불공정 거래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우선 사이버 정보수집 매체를 다양화하고 해당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노후 인프라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 유관기관과 중요 제보를 공유하는 등 공조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가 중요 제보를 공유하기 위해 조사정보 공유시스템을 운영 중이나 공유 정보가 제한돼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감시 종합 개선 방안은 규정 개정·시스템 개발 등이 완료되는 대로 올해 4분기에서 내년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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