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해외 투자자산 40조…美물가 상승에 '먹구름'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3.10.16 06:00  수정 2023.10.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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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6조 이상 증가

美 CPI 3.7%…예상치 상회

높아진 긴축 불확실성 변수

해외 투자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해외 채권과 주식에 투자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6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만큼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미국 물가 반등으로 긴축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는 점은 운용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 규모는 올 상반기 말 기준 39조715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9%(6조397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농협은행이 3조6579억원으로 38.5%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국민은행(11조983억원·23.3%) ▲우리은행(7조1875억원·20.7%) ▲하나은행(10조239억원·14.2%) ▲신한은행(7조7480억원·6.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들이 해외 투자를 늘린 배경에는 높아진 미국의 정책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후 제로(0) 수준에 머물던 금리 레벨을 5%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 연준이 긴축 보폭을 줄이며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사실상 고점 부근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형성됐고, 은행들은 높아진 이자율과 향후 매매 차익을 노리고 채권 중심의 투자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은 변수다. 미 연준이 연 5%대의 고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내비치면서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8%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또다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잡혀가던 물가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나자 재차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며 시장 예상치(3.6%)를 소폭 상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해 지난달(0.6%)보다 상승 폭을 줄였지만, 이 역시도 전문가 예상치(0.3%)를 웃돌았다.


앞서 연준 위원들도 지난 9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 수준에서 지속해 유지될 수 있다고 위원회가 확신할 때까지 상당 기간 긴축적인 수준의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국내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유가증권의 평가손실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물가 지표가 당장 내달 개최되는 미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주거비가 예상 이외의 상승세를 보이며 물가 리스크가 커졌지만, 본격적인 물가 추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점은 10월"이라며 "주거비의 둔화세를 중고차 가격, 의료보험 비용 등이 상쇄하면서 근원 물가 경직성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물가 지표와 무관하게 11월 연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에 힌트가 있다"며 "로건 총재는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준금리 레벨이 아닌 금융환경이며, 최근 기간 프리미엄으로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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