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간 엇갈린 전망 속 4분기 시작
9월 수출입동향 희망 ‘불씨’ 확인
‘상저하고’ 안 되면 추경 요구 확산
윤석열 정부 재정 기조 흔들릴 수도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정부가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 나쁘고 하반기 좋아진다는 의미)’를 입증할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추석 명절을 지나고 올해 마지막 4분기를 시작하면서 과연 정부가 장담한 상저하고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저’ 흐름이 연말까지 계속할 경우 자칫 내년엔 윤석열 정부 ‘건전 재정’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경제 회복세를 장담하기엔 이르다. 무역수지 자체는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수출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9월 수출액은 546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줄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지난해 9월 수출이 역대 같은 달 기준 최고치를 기록한 기저효과 등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09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5% 줄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수출 감소 보다 수입 감소액이 커서 불황형 흑자 상황은 이어졌다.
정부는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을 보이자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세계적 고금리 기조, 중국의 경기둔화, 공급망 재편 등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외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과 반도체 수출 최대실적, 올해 최고 수준의 대중국 수출 등 우리 수출이 플러스(+) 전환 변곡점에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향후 경기와 수출 전망을 밝게 진단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 흐름은 일단 바닥에서 서서히 회복 국면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7월 산업활동 동향(생산, 소비, 투자)이 ‘트리플’ 마이너스(-)가 났는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이후에는 여러 지표가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 기대 키우는 정부, 민간은 여전히 ‘한숨’
정부가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부터 경기 회복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과 달리 일선 기업과 민간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4일 전국 2282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 BSI는 3분기(91)보다 7p 하락한 84를 기록했다. 상저하고 기대와 달리 2분기 연속 하락한 수치다. 참고로 BSI가 100 이하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중국경제의 하방 리스크(위험)와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이 커져 경기회복 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8월 물가상승률 반등과 고금리에 따른 민간의 부채 부담으로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내수 모두 하반기 경제 회복을 견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가 악화하지 않았을 뿐,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경제 반등의 본격 신호탄이라 보긴 어렵다”면서 “남은 하반기 동안 지금 정도 수준으로 경상수지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의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는 한 드라마틱한 반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수입액 증가를 자극하고,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악영향이 이어질 경우 (한국은) 남은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4월 총선 앞둔 정치권, 재정 확대 압박
남은 4분기 상저하고가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 장기화 수준을 넘어 내년도 정부 재정정책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정부는 강도 높은 재정 긴축을 펼치면서도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민간 경제 활성화로 충분히 경제 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증가액을 2.8% 수준으로 사실상 긴축한 것도 이러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다.
만약 경제 사정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내년 총선을 앞둔 야당에서는 재정 확대 압박 수위를 높일 게 분명하다. 야당은 이번 정부 들어선 직후부터 긴축 재정을 비판하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문해 왔다. 경기 침체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차원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도 추경 편성에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이는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자리를 내어놓을 것으로 예상하는 추경호 부총리 후임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추 부총리는 ‘건전재정’을 지켜낸 이미지를 챙겨 정치권으로 돌아가겠지만, 이후 야당의 압박은 고스란히 차기 부총리가 떠안아야 한다.
한 경제평론가는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위축도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갈수록 돈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남은 3개월은 정부 차기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칫 경제 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지고, 총선 결과에 따라 추경을 (편성)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윤 정부 정책 핵심인 건전재정의 뿌리까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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