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1년…위기 현실화되지는 않아
손실 확대·건전성 악화 등 부실화 가능성 여전
불안감에 경계감 확대...시장 상황 예의주시
서울의 한 건설 현장 모습.(자료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 발생한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1년을 맞은 가운데 증권사들의 잠재적 리스크에도 위기가 현실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부실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마지막 분기인 4분기 부동산 PF 리스크 현실화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손실이 커지고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어 향후 부실 확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 상반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아진 가운데 손실 규모가 최대 4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긴장감은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체적으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의 PF 손실은 최소 2조3000억원에서 최대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익스포져(Exposure·위험노출액)로 한정할 경우 손실 규모는 1조4000억원에서 최대 2조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증권사의 PF 리스크 수준과 대응력이 캐피탈과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1년간 브릿지론(토지대금 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초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업인허가 내지 PF대출 이전에 실행하는 대출)의 만기가 집중돼 있어 부실 확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PF 익스포저(대출채권+채무보증) 24조원 중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익스포저는 전체의 절반 수준인 11조9000억원이다. 이 중 브릿지론이 7조3000억원으로 전체 브릿지론 익스포저(8조원)의 90%에 달한다.
특히 브릿지론의경우, 이미 만기 연장된 익스포저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돼 재차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차환 또는 PF 전환에 실패하면 부실로 이어질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브릿지론에서도 중·후순위 익스포저의 만기가 집중돼있는 점은 건전성 관리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책임연구원은 “브릿지론의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할 예정으로 향후 1년간 PF손실 부담이 과중할 수 있다”며 “3월 말 이후 최근까지 만기가 도래한 브릿지론 중 상당 비중이 6개월~1년 내외로 만기 연장된 것을 감안할 때 브릿지론 만기 도래에 따른 관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대형사의 경우, PF 손실에 따른 재무 부담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중대형사와 중소형사는PF손실로 인한 재무 부담 수준과 대응력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는 PF 사업 부실 확대로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23개 증권사의PF 익스포저중에서 요주의이하자산과고정이하자산은각각 2조8000억원과 1조1000억원으로 PF익스포저의충당금 커버리지비율(충당금/고정이하자산)은53%에불과하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충당금 적립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정이하자산증가가계속되면서충당금 커버리지비율 개선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PF부실이 심화될 경우, 증권사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더 확대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크 이미지. ⓒ연합뉴스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 증가 우려는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연체율은 말 그대로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비율로 고정이하여신은 회수불능이 확실시돼 손실 처리가 불가피(추정손실)하거나 연체여신 중 손실이 예상(회수의문)되고 담보 처분을 통해서만 회수 가능(고정여신)한 여신을 합한 것으로 부실채권 지표로 활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1.8%(1조2000억원)로 지난해 말(14.8%) 대비 7% 포인트 상승하며 20%선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수치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3월 말(19.8%)에 비해서는 2%포인트 오른 수치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로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나쁘다는 의미다.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는 5.7%에 불과했지만 1년 전 레고랜드발 채권 위기에 따른 부실우려로 증권사의 자금경색이 심화된 영향이다.
연체율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은 17.3%로 지난해 말(10.4%)과 비교하면 6.9%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3월 말(15.9%) 대비 1.4%포인트 상승하며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연체 잔액도 9000억원으로 올 들어 4000억원이 증가한 상태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도 4분기 부동산 PF 시장 상황에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더 강하지만 불안감도 엿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자금 시장 경색 심화로 부동산 PF 사업장의 사업 지연 또는 무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돈 줄이 막히며 위기감이 커지는 건설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건설사들이 폐업하며 대출과 채무보증을 해 준 증권사들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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