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증중고차' 온다… 중고차업계 '전운'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10.04 06:00  수정 2023.10.04 22:38

이달 중순부터 본격 영업 시작

출고 5년 이내, 10만km 이하… 중고차 신뢰도 높인다

"품질 좋은 매물 현대차로"… 우려 목소리도

서울 성동구 장한평 중고차매매시장 모습.ⓒ뉴시스

현대자동차가 3년간의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이달부터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거대 공룡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기존 중고차 업계에서는 중고차 신뢰도 상승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중순부터 양산 중고차 센터를 오픈하고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2020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풀려난 이후 3년 여만이다.


현대차는 신뢰도 높은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차량을 우선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가격 방어와 상태 좋은 매물을 인증해서 판매하겠다는 것이 사업 취지인 만큼 현대차의 매물은 출고 5년 이내, 10만km 이하 차량에 대한 품질테스트를 거쳐 매입된다.


그간 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국내 중고차업계에는 전운이 감돈다. 거대 공룡의 시장 진입으로 인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중고차 사업장의 규모가 클수록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현대차의 시장진입을 반겼다. 현재 중고차 구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낮은 상황인 만큼 현대차가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을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국내 중고차 1위 사업자인 케이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들의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에 케이카에서도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소비자 인식전환이 이뤄지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중고차 업체 대표도 "매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판매자 차원의 보증 서비스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계약을 주저하는 고객이 여전히 많다"며 "현대차는 결국 최상위급의 매물만을 매입하기 때문에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저렴한 매물을 판매하는 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 진입으로 중고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 소비자 피해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대 수준으로, 현대차가 시장에 진입하면 두 배 이상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시장 진입은 소비자 측면에서나 현대차의 브랜드 전략에서나 기존 시장에나 어떤 면으로 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고차 시장 파이도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소규모 업체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짙다. 중고차 시장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 기아의 매물 중 현대차 인증중고차 기준에 부합하는 매물의 경우 소비자들이 소규모 업체를 굳이 찾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한 소규모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신차는 비싸고, 상태 좋은 매물은 사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출고 5년 이내, 10만km 이하에 해당되는 매물은 굳이 작은 업체를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며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현대차가 테스트를 거치고 인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도 살 수 밖에 없는 메리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이 차를 되팔 때 상태 좋은 매물을 현대차에 우선적으로 매매하면서 매물 확보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좋은 매물을 확보하는 것이 업체 신뢰도로 이어지는 만큼 결국 규모가 있는 사업자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다른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현대차, 케이카 등 규모 있는 업체들은 좋은 매물을 가만히 앉아있어도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작은 업체들은 매물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저렴한 매물을 저렴하게 매입해 정직하게 판매하는 사업자들은 늘겠지만, 수익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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