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리부트-上] LCD의 아픔, OLED가 품는다...K디스플레이 "다시 한번"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3.10.02 06:00  수정 2023.10.02 06:00

중국에 덜미 잡힌 LCD 산업, 국내 기업은 EXIT 전략 중

인해전술로 밀어내는 中 전략, 韓 기업 "수익 방어 불가"

LCD, 20년간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모든 곳에 탑재된 '액정'

OLED, 모든 면에서 LCD에 압승이지만 '대중화'가 큰 숙제로

ⓒ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내리막을 걷다가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고 있다. '효자 산업' LCD(액정표시장치)로 20년간 글로벌 시장을 점령했지만, 중국 자본에 의해 사실상 잠식 당하며 주도권을 뺏긴 상황. 불과 3~4년 전부터 닥친 위기에 오늘날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와의 '아픈 이별'을 마무리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열어젖힐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뼈아프다."


근래 들어 디스플레이 관련 공식 석상에서 후일담을 전하는 관계자들이 반드시 전하는 공식 멘트 중 하나다. 20년 동안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으로 소위 잘 나갔던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최근 LCD Exit(탈출)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흘러나오는 자조적인 발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공식적으로 LCD를 벗고 OLED를 갈아입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업계 주된 평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재빠른 추격에 덜미를 잡힌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 LCD 흔적 지우기에 나선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LCD 생산 공장이던 충남 아산캠퍼스 L8-2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연말 파주 P7 공장에서 TV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고, 중국 광저우 LCD 라인 역시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낮춘 상태다. 현재는 매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LCD TV 패널 사업 비중은 점차 줄이고 있지만,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고부가가치 LCD IT용 패널은 여전히 생산 중이다. 그럼에도 사실상 국내 패널 양사 모두 공식적으로 LCD 사업 정리 의사를 발표했다는 것에는 업계 이견이 없다.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대표적인 부품 사업임과 동시에 LGD 전신인 'LG 필립스 LCD' 사명에도 들어갈 정도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정체성을 맡았던 LCD는 이로써 이제 한국이 포기한 시장이 됐다.


모델이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에서 행사상품을 살펴보는 모습.ⓒ롯데하이마트
LCD, 20년간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모든 곳에 탑재된 '액정'


LCD는 Liquid Crystal Displayd의 줄임말로, 흔히 '액정'이라고 불린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액정이란 액체(Liquid)와 결정(Crystal)을 한 글자씩 떼내 만든 것으로, 지난 20년간 디스플레이라고 칭하는 거의 모든 곳에 탑재된 기술이었다. 스마트폰은 물론 뒤통수가 큰 CRT 모니터에서 얇고 가벼운 모니터 및 노트북을 대중화시킨 것이 바로 이 LCD다. 앞선 기술인 CRT가 전자빔을 전자총으로 쏘아 화면의 점들을 때려 빛을 내는 방식이었다면, LCD는 백라이트 판에서 화면 전체에 빛을 쏘고, 셀로판지(컬러필터)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초기 LCD 설계 방식의 경우 빛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상당한 한계가 있었다. 정면에서 조금만 틀어지면 색감 및 밝기 차이가 발생하는 등 시야각이 좁다는 단점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이러한 태생적인 단점을 하나씩 개선하면서 사실 현재 OLED에도 크기 밀리지 않는 화질 기술 수준까지 따라온 상태다. LCD는 당초 일본 샤프가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던 제품이나 LG와 삼성 기술진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 2010년대에 접어들어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장악했다.


그러나 2015년 중국이 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패권을 쥐겠다는 '중국 제조 2025'를 공표함과 동시에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들이붓기 시작하면서 LCD 세계 1위 지위는 중국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사기적으로 낮은 단가와 물량 공세 등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중국에 밀리며 국내 LCD 패널은 2021년 전체 점유율에서 처음 역전을 허용했고, 현재 국내 업체 입장에선 도저히 수익성 방어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 세계 대다수의 디스플레이는 LCD가 장악 중이다. OLED가 있긴 해도 아직 LCD의 저가 경쟁력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지난해까지도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LCD를 포기하는 게 맞느냐 하는 것으로 치열하게 고민을 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결국 기업 입장에선 '팔아서 수익이 나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이론이 있고, 깊은 고민 끝에 더 이상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 결국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이 사업을 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라고 전했다.


LCD와 OLED의 구조적 차이.ⓒLG디스플레이 블로그
'자체발광' OLED, 모든 면에서 LCD에 '압승'...대중화 속도가 관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Organic Light-Emission Diode)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유기물로 빛을 낸다는 개념의 '자체발광'이다. 유기물은 금속과 같은 무기물과 다르게 전기가 쉽게 통하지 않고 다소 잘 망가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무기물보다 훨씬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착'이라는 공정이 가능해 LCD처럼 백라이트, 액정, 편광판 등이 필요가 없어 훨씬 더 얇게 제작이 가능하다.


OLED는 LCD보다 상대적으로 큰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의 명암비도 가져 색 재현율이 좋고, LCD처럼 액정 각도를 비틀어 빛 응답속도를 빠르게 구현할 필요가 없어 응답 속도도 신속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백라이트와 같은 딱딱한 구조체가 필요 없으므로 디스플레이를 접고 돌돌 마는 형식도 가능해 차세대 IT기기 폼팩터의 다양성을 가져왔다. 단 유기물이라는 특성으로 인한 각 소자의 수명이 한계가 있다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현재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디스플레이 시장 전체 점유율은 중국이 44.6%, 한국 33.0%, 대만 20.1% 순이다. 다만 한층 더 고차원적인 프리미엄 기술로 꼽히는 OLED 분야에서는 한국이 점유율 70~80%의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LG디스플레이 및 삼성디스플레이는 IT 제품에서의 OLED 분야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OLED 시장이 점차 개화되고는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량은 한정적이고, 폼팩터 디스플레이는 아직 어떠한 형태 및 방식으로 대중화될 수 있을지 어플리케이션이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상용화는 가능하다는 판단이지만, 대중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업계 지배적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도 초기에는 반응속도로 인해 앞전 세대인 CRT를 더 선호했던 것처럼, 향후에도 OLED 역시 번인 등의 기술적 문제와, 가격 경쟁력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장기적으로 써야 하는 TV나 모니터 대중화는 아직 시일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교체 주기가 짧은 스마트폰과 경량화가 필수인 노트북 등의 IT 기기에 있어선 점차 OLED 탑재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가능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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