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에만 5840억 늘어
금융지원 리스크도 잠재우려
과도한 불안 차단 나선 정부
5대 은행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한 해 동안에만 5000억원 넘게 더 불어나면서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충격에 대출을 갚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은행의 부담도 같이 커지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 년 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 정책까지 감안하면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과도한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떠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총 4조1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5840억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898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8%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8741억원으로, 농협은행은 8514억원으로 각각 7.6%와 34.8%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은행도 고정이하여신이 7011억원으로 24.4% 증가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만 6909억원으로 7.7% 줄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급격하게 상승 곡선을 그려 온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많아지면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서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유형별로 보면 만기연장이 71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환유예는 5조2000억원을 나타냈다. 원금 상환유예가 4조1000억원, 이자 상환유예가 1조1000억원이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같은 금융지원 규모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한다. 관련 차주들의 연착륙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23.9%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만기연장은 21.6%, 상환유예는 44.7% 축소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감소분 대부분은 차주 자금 사정 개선으로 정상 상환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 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올해 9월을 기점으로 종료된다는 불안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해 온 대출의 일괄 만기가 돌아오는 게 아니며, 지난해 9월 마련된 금융권 연착륙 지원 방안에 따른 조치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착륙 지원 방안에 따르면 만기연장 차주는 2025년 9월까지 만기 연장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차주가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지 않고 있는 이자 상환유예 잔액 1조1000억원은 지원 종료 시 부실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이다. 금융위는 "이자 상환유예 대출 잔액은 전체 잔액 중 1.5%, 차주 수는 800명 규모"라며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 금융사 자체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등 금융 편의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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