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소음 불편” vs “갈등 줄이고 상생 방안 찾아야” [다시, 버스킹③]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9.30 08:13  수정 2023.09.30 08:13

엔데믹 이후 버스킹 공연 소음 관련 민원 증가

"버스커도 규제 안에서 이웃 피해 최소화 노력해야"

#홍대걷고싶은거리 인근 상가주택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37)는 “오히려 코로나 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매일 밤 사람들의 소음에 버스킹 소음까지 겹쳐 몸살을 앓아오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버스킹이 멈췄을 때 비로소 자신만의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는 “일부러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도 많았다. 오후 4시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조용히 쉬고 싶은데 버스킹은 그때부터가 흔히 말하는 피크타임이다. 정말 괴로웠다”면서 “그나마 8시 이후엔 제한이 되어 있어서 참고 있는데 승인 없이 버스킹을 하는 아티스트가 여전히 존재해 또 다시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버스킹을 상권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역할로 보는 상인들도 있지만 불평하는 상인도 많다. 버스킹존의 맞은편에 위치한 한 상가 사장 B씨는 “젊음의 거리도 좋고, 상권 활성화도 좋지만 여러 음악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들리면 그저 소음에 불과하다. 보통 가게들은 손님들의 유입을 위해 가능하면 문을 열어놔야 하지만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술집을 비롯한 식당에 손님들이 붐비는 것과 달리 단순히 물건을 파는 가게들의 경우는 버스킹 소음에 더 취약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눈에 보는 민원 데이터 '버스킹' 키워드의 연관어(최근 1개월) ⓒ국민권익위원회

공연 소음은 버스킹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민원 빅데이터 서비스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83건이었던 ‘버스킹’ 관련 민원은 2019년 707건(이하 전년 대비 ▲34.4%), 2020년 493건(▼30.3%), 2021년 499건(▲1.2%)으로 집계됐다. 2020년과 2021년 민원이 크게 감소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버스킹이 대부분 사라졌던 영향이다. 문제는 다시 버스킹이 재개되기 시작한 지난해다. 2022년 관련 민원은 856건으로 전년 대비 71.5%까지 증가했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30% 이상이 뛰었다.


더 정확히 키워드를 ‘버스킹 소음 신고’로 설정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19년 68건이었던 관련 민원은 2020년 33건, 2021년 26건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인 2022년에는 105건으로 전년 대비 무려 303.8%가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보다 두배 이상의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심지어 올해만 해도 9월 현재까지 벌써 229건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전체 관련 민원보다 118.1%가 증가했다.


사실 버스킹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이다.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장소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버스킹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를 규제하는 순간 버스킹의 매력을 반감되기 마련이다. 최근 기관 및 단체에서 버스킹 관련 기획안들을 내고 실제 공연으로까지 이어지는 것도 사실상 버스킹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소음 이슈 등 갈등이 지속되자 버스커들도 상생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디 레이블을 운영하는 A대표는 “버스킹이라는 것은 특별한 음향 장비 없이 자유롭게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인데, 최근 지자체 등의 기획성 버스킹은 우선 시스템적인 준비가 들어간다. 이를 버스킹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같은 버스킹을 위해 사전에 서류 접수와 승인과정을 거쳐 여러 기준에 의거해 팀을 선정하는 것 역시 본질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무지한 행위가 이어졌기 때문에 제도적인 규제는 꼭 필요한 사안이 됐다”면서 “버스커들은 시간이나 장소 등 정해진 규제 안에서 최대한 이웃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선보이는 콘텐츠에 있어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음악 다운 음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이 잠시 머무르며 음악을 감상하고, 아티스트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문화가 아름답게 자리 잡으려면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을 통해 상생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무분별한 아티스트, 책임을 회피하는 지자체, 무조건 막으려고만 하는 상권 등은 지금까지의 무책임으로 인한 결과물이다. 나무가 모여야 숲이 되는데 이런 무책임한 행태는 그 나무를 베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나무가 뽑힌 숲은 황무지가 될 수밖에 없다. 버스킹이라는 공연 문화가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닌, 숲이 될 수 있도록 갈등의 소지를 함께 줄여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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