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전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숨고르기?…K-배터리는 ‘냉탕’과 ‘온탕’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09.30 06:00  수정 2023.09.30 06:30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적으로 성장세 둔화

수요 감소에 완성차 업계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CATl, 美 진출길 막히나"…포드-CATL, 공장 건설 중단

테슬라 전기차 및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공장 전경. ⓒ박진희 데일리안 그래픽 디자이너

전기자동차 시장 개막과 함께 배터리 산업이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는 매일 우리를 어지럽게만 만들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차!’ 싶었던 이달의 배터리 관련 이슈들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해드립니다. [편집자주]


덩치가 순식간에 불어난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이 최근 주춤하는 모양이다. 유럽 시장 성장세는 올해 둔화 양상을 띠고, 미국 시장에서는 쌓여가는 전기차 재고와 함께 파업으로 인한 완성차 업체들 매출 타격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 2021년 115.5%에서 올해 상반기 41%로 뚝 떨어졌다.


당분간 전기차 판매 증가세 둔화는 계속될 분위기다. 주요 국가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 전기차 판매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독일은 지난해보다 보조금 지급 규모를 20~30% 가량 줄였다. 독일 자동차무역중앙협회(ZDK)는 내년 환경보조금 예산이 당초 14억 유로(약 1조9796억원)보다 약 6억 유로(약 8484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르네 요스비히 ZDK 회장은 “내년 환경보조금 예산이 줄어든다면 독일의 전기차 증가 속도는 더 느려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프랑스도 올해 말부터 ‘환경점수’를 도입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깐깐하게 개편했다. 환경 점수에는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이 차종별 생산부터 프랑스 현지로 수송까지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탄소발자국)을 반영한다. 즉, 프랑스 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아닌 이상 보조금을 받기 힘들단 의미다.


영국은 올해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한 것에 이어 전기차 전환 시기를 5년 늦췄다.


가파르게 성장세를 보이던 미국 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느새 생산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전기차 재고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으로 인한 전기차 출고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포드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35억 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미시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외신에서는 UAW 파업 영향이 주된 이유라 보고 있다. 단, 투자 계획을 완전 철회한 것은 아니다.


줄어드는 수요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폭스바겐, 포드를 비롯한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량 조절에 돌입한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끈끈한 연을 맺어온 한국 배터리 업계들의 셈법도 복잡해진 듯하다. 특히 국내 배터리업 1위 LG에너지솔루션에 심심치 않은 타격이 미치게 됐다. 고객사들이 생산량 조절에 나서면서 LG에너지솔루션에게 감산 요청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배터리 판매량은 기존 예상치보다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단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우상향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현재보다 더욱 확대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입을 모았다.


CATL 공장 전경. ⓒCATL 홈페이지
편법으로  '아메리칸 드림' 꾸던 CATL , 결국 좌절하나


올해 전반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우울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우리 배터리 기업들에게 희소식도 있다. CATL의 미국 진출길이 어쩌면 완전히 막힐 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전기차 관련 업체들에게 국내는 물론 해외 공장에서도 자국산 부품만 사용하라 압박하는 상황이다. 최근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르면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하지만, 중국산 부품을 사용할 경우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진다.


일본 언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에서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공업정보화부 장관을 지낸 인사가 지난해 11월 중국 자동차 관련 업체들을 소집한 내부 모임에서 ‘국산 부품을 쓰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CATL에게는 해외 투자 시에 주식을 100% 보유한 회사를 세우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포드와의 합작사의 경우 IRA의 보조금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포드가 합작사의 지분을 모두 갖기로 했었다. 대신 CATL로부터 배터리 제조 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CATL에 로열티(기술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 같은 방식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에서 언급된 포드의 공장 설립 중단도 CATL과의 협력이 미국 정권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당초 건설이 중단된 공장은 포드가 CATL과 함께 세우려 했던 공장이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와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지난 7월 포드에 공동 서한을 보내 CATL과의 합작공장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와 CATL의 협력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IRA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최근 포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CATL과의 협력을 추진하던 테슬라도 걸고 넘어졌다.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은 지난 19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CATL과 계약을 맺고 있거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 자세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게 ‘저가공세’를 당하던 K-배터리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우회해서라도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던 중국 기업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유럽 시장에서만 보더라도 중국 기업들의 진출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이 조금씩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알겠지만 중국의 미국 진출이 막힌다면 고객사들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을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미국에 진출해있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자연스레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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