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코프·폭스 회장직 라클런이 이어받아
머독 “명예회장으로서 회사경영 조언할 것”
지난 2015년 7월 8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루퍼트 머독 회장과 그의 맏아들 라클런 공동 회장이 함께 걷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92)이 70년 간의 ‘장기 집권’을 끝내고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독 회장은 오는 11월 열리는 뉴스코프와 폭스 코퍼레이션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퇴진하고, 맏아들인 라클런 머독(52) 뉴스코프 공동 회장이 단독 회장을 맡는다. 라클런 회장은 폭스 코퍼레이션의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직도 겸할 예정이다.
호주 출신의 머독 회장은 대규모로 언론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미디어 황제’로 군림했다. 22세 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소규모 지역신문사를 물려받은 이후 연달아 창업 및 인수·합병(M&A)에 나섰다. 1968년에는 영국 시장에 진출해 ‘뉴스 오브 더 월드’와 ‘선’ 등 타블로이드지를 인수했고, 미국에서 타블로이드지 ‘뉴욕 포스트’를 사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1980년 WSJ을 발행하는 다우존스와 미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 영국의 더 타임스, 호주 유로방송 등의 모회사인 뉴스코프를 설립했다. 이후 20세기 폭스사를 인수하고 1986년 지상파 방송국 FOX를 개국하는 등 몸집을 불려 뉴스코프는 글로벌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뉴스코프는 2013년 뉴스와 출판을 담당하는 현재의 뉴스코프와 영화, TV 사업을 담당하는 21세기 폭스로 분할했다. 2019년 21세기 폭스는 폭스뉴스와 폭스스포츠를 디즈니와 합병하면서 현재 폭스 코퍼레이션이 됐다. 특히 머독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막후에서 호주·영국·미국 등 각국의 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평생 뉴스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좇으면서 하루를 보냈고, 앞으로도 이는 변치 않을 것이다”라며 “라클런은 열정적이고 원칙이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나는 매일 회사의 ‘아이디어 경연대회’에 참여할 것”이라며 명예회장으로서 회사운영에 조언을 하겠다고 밝혀 ‘수렴청정’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라클런 회장은 일찍부터 머독의 후계자로 꼽혀 온 인물이다. 머독과 두번째 부인인 애나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머독의 여섯 자녀 중 나이 순으로 셋째이자 맏아들이다. 197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미 프린스턴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994년 대학 졸업 후 가족의 미디어 사업에 뛰어든 그는 1997년 뉴스코프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부사장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다 2005년 갑작스레 회사를 떠났다. 당시 폭스뉴스의 로저 에일스 CEO와 논쟁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아버지 머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머독 제국에서 튕겨져 나온 라클런 회장은 이후 10년간 각종 투자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뒤 2014년 회사로 복귀했다. 복귀 당시 머독 회장은 그와 동생 제임스에게 21세기폭스 공동 회장을 맡겼다. 2019년 21세기 폭스를 디즈니에 매각하는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결국 두 아들이 갈등을 빚었고 그가 폭스코프의 CEO가 돼 승기를 잡았다. 제임스가 성희롱 등에 휩싸였고 보수 성향의 라클런 회장이 중도 성향의 제임스보다 아버지 머독과 더 잘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는 폭스그룹을 떠났다.
그는 급변하는 미디어산업 환경에 적응하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표적인 보수방송 폭스뉴스를 경영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2019년부터 폭스코프 CEO를 맡아온 라클런 회장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케이블TV 산업이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폭스뉴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왔다.
라클런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머독 일가에 대한 책을 쓴 작가 마이클 울프는 그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얼굴이 프린트된 휴지를 보관하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자신의 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1998년 호주 모델 사라 오헤어와 결혼해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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