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편의점 겨냥 규제 잇따라 내놔
비용부담뿐 아니라 업무 편의성 등 떨어져
편의점 업계가 정부의 오락가락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편의점을 시험대 삼아 현실에 맞지 않는 각종 정책들을 계속해 내놓으면서다. 비용은 물론이고 가맹점 설득에 따른 정신적 부담까지 겹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편의점이 도어형 냉장고로의 전환을 본격화 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냉장고 문달기 사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자 CU, GS25 등이 사업 참여의사를 밝혔다. 냉장고 문달기 사업에 참여할 가맹점을 선정하고 도어형 냉장고를 설치, 실증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정부가 ‘식품 매장 냉장고 문 달기 사업’을 독려하면서다. ‘의무적 에너지 절감’, ‘냉장 식품 온도 기준 강화’ 등을 이유로 이 사업을 강행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배경이 됐다. 식품 보관 안전과 에너지 효율 차원에서 개방형보다 도어형 진열대가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우려는 크다. 정부는 강제가 아닌 자발적 신청을 받고 일부 비용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남은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업계는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4000억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개별 점포 기기 교체 비용을 점포당 최소 1000만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개폐형 냉장고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 본사, 가맹점이 공동 부담 한다. 점주 부담은 점별 로열티 비율로 점포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7월에는 편의점 출입문과 유리벽 등에 부착됐던 불투명 시트지가 제거됐다. 2021년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편의점 외부에서 담배 광고 등이 보이지 않도록 불투명 시트지 부착을 강제해 오다, 편의점 강력 범죄가 발생하자 올 들어 폐지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일회용품 사용 제한 범위를 확대해 편의점에서도 일반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종이 쇼핑백과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까지 단속을 유예했지만, 현장에서는 고객과 점주의 마찰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정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마신 일회용 컵을 편의점에서도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사전협의‧의견 수렴없는 일방적 결정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이유가 문제가 됐다.
문제는 편의점은 가맹 사업이라는 점이다. 전국 편의점은 5만 여개다. 규제가 집중될수록 현장 혼선이 뒤따르고 업무 편의성 역시 크게 뒤떨어진다. 정부의 설익은 정책으로 인해 본사뿐 아니라 애먼 가맹점주도 함께 피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편의점을 정책 시험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점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안 된 규제는 비용 부담 뿐 아니라 업무 과중, 고객 항의 등 피로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 점주들은 갈수록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액 마저 인상됐다. 점주들은 매년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큰 상황이다.
실제로 치솟는 인건비에 ‘나홀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대비해 아르바이트 없이 혼자 일하거나 무인 점포로 돌리고 영업시간을 줄이는 등 각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궁리 중이다.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업종이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편의점 규제가 더해질 때 가장 큰 문제는 가맹점 교육”이라며 “추가된 업무로 인해 인건비 부담은 물론, 편의점을 운영하는 주체가 소상공인이다 보니 법을 지켜야 할 때 인지를 못하고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를 시행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가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넉넉하게 계도 기간을 잡거나 적극적인 안내를 동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