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소통으로 과감한 수용하는 태도…LFP배터리 첫 탑재
냉철한 판단력으로 대형 제조사와의 경쟁 아닌 틈새시장 공략
빠른 의사결정으로 기민한 시장 대응 가능…전동화 전략 속도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KG모빌리티 회장 취임식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KG모빌리티
내달 1일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KG모빌리티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세간에서는 그에게 ‘인수합병의 귀재’라는 별명을 붙여줬지만 곽 회장은 자신을 ‘집도의’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아픈 기업’을 낫게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망해가는 기업을 인수해 ‘건강한 회사’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쌍용차(KG모빌리티)도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한 데 이어 지난 4분기에는 24분기 만에 흑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가망이 없다고 평가받던 수많은 기업을 인수해 KG케미칼, KG스틸, KG이니시스 등으로 발전시키고 턴어라운드시켰습니다.
곽 회장이 다 죽어가던 회사를 살려내고 성장시킨 비결은 무엇일까요?
▶ ‘소통’. KG그룹 홈페이지에는 다른 기업 홈페이지에서는 보기 드문 특별한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곽 회장이 직접 기업과 삶에 관한 생각을 적어 소통하는 ‘곽재선의 창’입니다. 곽재선의 창은 2017년부터 시작해 6년 넘게 한 달에 한두 번씩 꾸준히 올라오며 24일까지 91개의 글로 채워졌습니다.
직장인이 회사의 사장님과 연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얼굴을 굳히고 말도 안 된다고 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의 글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젊은 회사직원들과 이상형을 이야기하는 이 60대 대기업 회장은 ‘킹정(크게 인정한다)’이란 단어도 사용하는 등 젊은 세대의 신조어들마저 섭렵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좇고 그것을 수용하고 활용까지 하는 곽 회장의 태도는 사업 역량에서도 드러납니다. KG모빌리티는 내달 국내 완성차 중 처음으로 LFP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토레스EVX’를 출시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LFP배터리에 대한 불신이 지배적인 가운데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도입했습니다. 이런 과감한 수용은 LFP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전기차 가격전쟁이 벌어진 지금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냉철한 판단’. 곽 회장은 공감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그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구심을 품으며 기업 평가의 잣대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이라도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소 파격적인 발언입니다.
하지만 그의 솔직함과 확고한 줏대에 진정성과 함께 냉철한 판단력이 느껴집니다. 곽 회장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남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비교의식’에서 벗어나 묵묵히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서나 허황되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지향점을 제시함으로써 성공률을 높입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건넨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곽 회장은 ‘2023 서울모빌리티쇼’의 KG모빌리티에서 정 회장에게 “KG모빌리티는 어느 한 군데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곳곳에 떨어져 있는 낙숫물을 줍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발언에는 냉철한 판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기업과 경쟁하기보다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입니다. 내달 출시를 앞둔 국내 완성차 업계 유일의 중형급 전기 SUV인 토레스 EVX가 대표적입니다. 토레스 EVX는 내수 시장은 물론, 쌍용차 시절 정체됐던 수출 확대까지 노릴 수 있을 기대작입니다.
▶‘속도’. 쌍용차를 인수하고 처음 올린 글은 ‘끌려갈 것인가 끌고 갈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많은 가족사(계열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의 일하는 속도는 새 가족사가 된 직원들이 벅차다고 할 정도로 빠르다고 합니다. 보통 2∼3개월 쯤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었던 보고를 곽 회장은 하루 이틀 안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족사가 많아지면서 업무량이 늘어난다고 추가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건 버리고 중요한 건 챙긴다,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빠른 의사결정 방식으로 KG모빌리티는 급변하는 시장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곽 회장은 토레스 EVX 출시를 기존 예정됐던 11월보다 2개월 가량 앞당기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5년까지 전기차 3종 출시 계획도 발표하며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기구(OECD)에서 자살률 1위, 출생률은 뒤에서 1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살하는 전체 연령대에서 청소년, 20대 청년들이 다른 연령대보다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가능성을 상징하는 존재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 곽재선 회장의 행보는 깊은 늪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게임에서 죽으면 뜨는 ‘Fail(실패하다)’에 대해 ‘다시 할 수 있단 뜻이야’라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꼭 회생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곽 회장의 말을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1등이 아니라고 해서 어디가 한참 모자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올 한 해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를 충실히 지켰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남들과 감히 비교당할 수 없는 당신의 역할을 성실히 해냈다면,
이미 당신의 몫을 다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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