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건 기술뿐인데 R&D 30%↓…미래 경쟁력 ‘흔들’ [내년 예산 전망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3.08.19 07:00  수정 2023.08.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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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나눠먹기 카르텔’ 지적에

과기부 출연연 예산 30% 삭감

출연연 총연합회 ‘삭감 철회’ 투쟁

학계 “연구 위축, 국가 경쟁력 우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가운데 연구개발(R&D) 예산을 30%가량 삭감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원 본원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AI·로봇연구소 오픈랩 행사에서 선보인 척추수술 로봇 모습. ⓒ연합뉴스

연구개발(R&D) 관련 내년 예산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모든 국고 보조금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면서 R&D 예산을 최대 30% 삭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미래를 대비하겠다면서 정작 연구 활동 예산을 일괄 삭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안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수 감소로 재정 여력이 쪼그라든 탓에 내년 예산은 3%대 지출 증가율에 그칠 게 확실하다. 사회복지 비용 등 의무지출 예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긴축이 불가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출연금을 30%가량 삭감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초 20~30% 삭감한 출연연 예산안을 승인해 각 기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과학기술 단체는 예산을 70%까지 삭감했다.


출연연 예산 삭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은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예산 삭감에서 한발 나아가 일부 연구기관 통폐합까지 고민 중이다. 당정은 문재인 정부에서 R&D 예산이 무분별하게 증가해 부작용과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부 R&D 비효율성 혁파를 위한 실무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구개발(R&D) 관리시스템 부실이나 온정주의 평가로 전반의 비효율 이런 것이 교묘해져 소위 말하는 카르텔로 지목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술패권시대에서 세계는 전쟁 중인데 카르텔과 비효율이 발목 잡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며 “R&D는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폐해 문제는 혁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출연연 단체 “졸속 예산 삭감 중단하라”


‘R&D는 대한민국 미래’라는 말과 달리 대대적인 예산 삭감이 현실화하자 관련 출연연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는 ‘연구 현장을 뒤흔드는 졸속 R&D 예산 삭감을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충분한 방향성과 전략적 검토 없이 졸속 추진되는 국가 R&D 예산 전면 재검토와 삭감은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연구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일방적인 예산 전면 재검토와 삭감 시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R&D 예산 뿌려주기, 나눠주기 등 잘못된 관행의 주범인 ‘연구비 카르텔’이라는 언급에 대해 그 근거와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연구자들을 카르텔의 주범인 양 핍박하는 강압적이고 일방적 정책을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R&D 예산 삭감에 학계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나눠먹기식’ 예산 사용을 이유로 정부가 천편일률로 예산을 줄이는 것은 미래를 대비한 기술 발전을 퇴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이스트 한 교수는 “모든 연구기관이 정부 예산을 아주 투명하고 적확하게 사용한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렇다고 전후 사정, 앞뒤 재지 않고 일괄적으로 30%에 달하는 예산을 줄이는 것은 정말 ‘비과학적’인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과학과 기술 이외는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자원이 없는 나라”라며 “높은 지적 수준과 뛰어난 과학·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나라가 정작 관련 예산을 이런 식으로 다룬다는 것은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역대급’ 세수 구멍에 보조금·특활비 손질 여부 관심 [내년 예산 전망④]에서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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