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냐, 가격이냐…배터리 선택 소비자에게 맡긴다
볼보 EX30·테슬라, 취향 따라 LFP·NCM배터리 선택 가능
볼보 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배터리 뭐로 고르지? LFP 살까, NCM 살까?"
내연기관 차를 사면서 2.0, 3.0 등 엔진 배기량을 골랐던 소비자들이 전기차 시대엔 배터리를 직접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가 짧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차를 원한다면 LFP 배터리를, 긴 주행거리와 안정성이 우선이라면 NCM 배터리를 선택하는 식이다.
향후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확산되면 배터리를 뺀 차량 자체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는 올해 상반기 또는 내년 중에 소형 전기 SUV EX30을 출시하면서 옵션을 통해 LFP 배터리와 NCM 배터리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차량 출시 시점부터 소비자가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볼보의 EX30이 처음이다.
아직 국내 출시 시점과 가격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각의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의 가격 차이는 유럽 기준 약 800~1000만원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볼보의 EX30은 유럽 기준 LPF 배터리를 고를 경우 한화 약 5600만원, NCM 배터리를 고를 경우 6300~68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국내에도 비슷한 가격차를 두고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능과 저렴한 가격 사이에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용도에 따라 소비자가 옵션을 고르듯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LFP 배터리는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신 주행거리가 비교적 짧고, NCM 배터리는 가격이 높은 대신 주행거리가 길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내연기관 시대, 취향에 맞는 엔진 배기량을 선택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테슬라도 최근 중국산 전기차인 모델Y RWD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배터리를 선택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테슬라의 모델 Y RWD는 기존 모델Y에 탑재되던 NCM 배터리 대신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2000만원 가량 낮춘 저가형 모델이다. 주행거리는 기존 모델 Y 롱레인지 모델 대비 160km 가량 짧지만, 저렴한 가격이 무기다.
저가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이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면서, 업계에선 배터리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저가형과 고가형을 함께 출시해야 전반적인 판매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가 모델의 경우 그간 전기차 판매량 확대에 걸림돌이었던 가격 장벽을 낮추는 데 핵심 역할도 해줄 수 있다. 아직까지 전기차에서는 보조금 적용이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낮은 가격대의 모델에 보조금을 적용받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다가 최근들어 잘 안 팔리는 이유는 높은 가격에 있다"며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저가 전기차 판매량은 늘 수 밖에 없고, 업체들은 이를 의식해 앞으로 배터리 선택을 소비자들에게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배터리에 따라 차량 가격이 좌우되지만, 향후 배터리 구독 시스템이 활발해지면 배터리를 뺀 차량도 판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가 원하는 브랜드에서 껍데기만 사고, 배터리는 구독서비스를 이용해 갈아끼우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 가격은 기존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김 교수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아직은 실증단계이지만, 미래에 구독 서비스가 활발해지면 그때는 배터리 가격을 포함한 차를 살 필요성이 낮아진다"며 "전기차에선 배터리가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업체들이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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