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새 격전장, 흑해...우크라 수상드론, 러 군함 등 잇단 공격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3.08.07 16:59  수정 2023.08.07 17:00

지난 4일(현지시간) 흑해의 러시아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의 해군기지 인근에서 우크라이나의 수상 드론이 러시아 군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흑해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격전장’로 급부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항인 오데사 등을 대규모 공습하며 곡물수출을 방해하고 나서자 우크라이나가 수상드론(무인정) 등을 앞세워 흑해 러시아 군함과 유조선을 잇따라 기습 공격해 본격적인 ‘보복’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교통청은 러시아 유조선 SIG호가 지난 4일 밤 11시20분(현지시간)쯤 크림대교 남쪽 27㎞ 떨어진 케르치해협에서 우크라이나의 수상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케르치해협은 우크라이나와 아조우해와 흑해를 잇는 군사적 요충지로 러시아 세력권이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이 공격으로 엔진실 근처에 구멍이 생겼다”며 “기관실 일부가 손상되었으나 다행히 침몰 위험이나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당시 배에는 11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소행임을 즉각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우크라이나 보안국(SBU)과 해군이 원격조종 수상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영해에 머물던 러시아 유조선 SIG호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IG호는 러시아 군용 연료를 수송하고 있었다”며 민간이 아닌 군에 대한 공격임을 강조했다. SIG호는 과거에도 시리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에 항공기 연료를 공급해 미국의 제재대상 목록에도 올라 있는 배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4일 새벽에도 우크라이나군이 흑해의 러시아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의 해군기지 인근에 있던 러시아 군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를 수상 드론을 이용해 공격했다. 이 배는 배수량 4000t급 중형 상륙함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1000파운드(약 453㎏)에 가까운 폭발물을 실은 수상 드론이 고르냐크호를 향해 돌진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공격으로 고르냐크호가 운항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반격에 나섰다. 러시아군은 5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순항미사일 칼리브르 등을 이용해 남부 자포리자, 서부 흐멜니츠키, 북동부 하르키우 등을 향해 맹폭을 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유조선 공격에 따른 원유 유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쓰레기들이 흑해의 생태학적 재앙을 부추긴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이 때문에 흑해가 새 격전장으로 부상하며 확전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주무대를 자국 남동부와 동부에서 러시아 영토로 옮기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올 6월 육로를 통한 대반격을 시작했지만 러시아의 방어에 밀려 좀처럼 진격 속도를 내지 못하자 상대적으로 허술한 흑해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우크라이나는 6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겨냥해 드론 공격을 벌였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흑해 인근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항을 계속 공습한 데 대한 맞대응”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수출품인) 석유와 연료수송 선박을 목표로 삼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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