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극우성향 복스당과 손잡아도 과반에 못 미쳐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스페인의 조기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당(PP)이 제1당으로 올라섰지만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예상을 크게 밑도는 의석을 획득하면서 단독 정부구성은 물론 극우성향의 복스(Vox)당과의 연정 구성도 쉽지 않게 됐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내무부는 개표가 완료된 24일 국민당 136석, 집권 좌파 사회노동당(PSOE) 122석, 복스당은 33석, 좌파연합 수마르당은 31석을 각각 차지했다고 밝혔다. 국민당이 사회노동당을 누르고 승리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예측됐던 145~150석보다 최대 14석이나 줄어든 결과다. 사회노동당은 예상(112~118석)을 넘어서는 선전을 펼쳤다.
국민당과 우파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복스당은 33석에 그쳤다. 기존 의석(54석)보다 무려 21석이나 줄었다. 이 때문에 국민당과 복스당이 손을 잡더라도 169석에 불과해 연정을 통한 집권이 불투명하게 됐다. 스페인 의회는 모두 350석으로 과반인 176석을 확보해야 안정적 정부구성이 가능하다. 좌파 역시 수마르당이 31석에 그치면서 사회노동당과 합쳐도 153석이다. 결국 좌·우 어느 쪽도 과반에 미치지 못해 정부구성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정이 이런 만큼 연정구성을 위한 치열한 물밑 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민당은 복스당 외에 민족주의 성향의 바스크국민당(PNV·5석), 카나리아연합(CC·1석) 등 군소정당 3곳의 의석을 끌어모아야 과반확보가 가능하다. 사회노동당 역시 수마르당에 더해 5개 정당의 의석이 필요하다. 다만 국민당 연정의 경우 일부 정당이 복스당의 참여를 원치 않고, 사회노동당 역시 기타 정당들의 표를 모두 끌어모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는 까닭에 복스당과의 협력은 특히 중요하다. 복스당이 참여하는 연정이 성사될 경우 유럽 우경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스페인에 반세기 만에 극우 정당의 정권 참여가 이뤄지게 된다. 스페인에서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1975년 사망할 때까지 39년간 스페인을 철권통치한 이후 극우정당의 정부 진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복스당은 반이민과 반동성애, 반낙태, 기후변화 회의론 등을 노골적으로 펼쳐왔는데 국민당이 연정에 나설 경우 극우정책까지 함께 끌어안아야 해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스페인은 당초 오는 12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소속 사회노동당 주도 연정이 지방 선거 등에서 참패하자 7월 조기 총선에 베팅했다. 총선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도박’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체스 총리가 5년 동안 수행한 총리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매체들은 “어느 정당도 정부 구성을 위한 결정적 열쇠를 쥐지 못한 상태”라며 최대 수개월간 정부구성을 위한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정부를 꾸리지 못해 총선을 다시 치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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