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선학당의 ´고전강독회´ 왜 화제인가?

입력 2008.09.10 11:41  수정

무료로 공부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묵계 서상욱 선생
“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 그 답을 제시하는 한 공부 그룹이 있다. “배움을 멈추면 마음의 문이 닫힌다. 그러니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서울 인사동 한가운데 수도약국 4층 십팔기전수관. 월요일 저녁 퇴근 시간 무렵, 삼삼오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6,7십대 노인부터 가정주부, 20대 대학생, 그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뒤늦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직장인.

지난 4월부터 경기데일리안 주최로 열리는 동문선 학당 풍경이다. 처음에는 숙명여대에서 시작했으나 지금은 회원이 많이 늘어나 교통이 편리한 이곳으로 옮겨서 강좌를 열고 있다.

경기데일리안 팝업창 ´동문선학당´ 강좌 안내
“모두 무예를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묵계 서상욱 선생의 동양학 강좌를 들으러 온 것이다. 회원 중에는 건장한 청년이 있는가하면 백발의 노인도 있다. 근처 직장인들도 있고 멀리 부천이나 용인에서 올라온 주부들도 있다. 대학생에서부터 이름만 대도 누구나가 알만한 원로 퇴임교수, 의사, 교사 등 다양하다. 또 몸이 불편한 병색의 노인들도 있어 한쪽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누워 뜸을 뜨면서 강의를 듣는 분들도 있다.

그러니 강의실 풍경도 여느 학원과는 생판 다르다. 책상 의자 하나 없고 모두 바닥에 돗자리 깔고 앉았다. 6시 반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는 딱딱하고 지루할 법도 한데 그 재미와 열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중간에 빈자리를 찾아 비집고 들어가 강의가 끝날 무렵에는 콩나물시루가 된다. 이미 입소문을 타고 매 시간마다 서너 명씩 회원이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분반을 해야 할 만큼 성황이다.

첫 강좌는 침구경락학이지만 묵계 선생의 해박한 지식과 입담은 시공을 초월해서 동서양을 종횡무진한다. 인체의 경락학, 음양오행과 장부론이 주제이지만, 수시로 역사, 철학, 종교, 한시, 주역 등 동서양고전을 넘나들며 시야와 사고의 범위를 확대시켜 배움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곳에서의 강의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두 시간 동안 바닥에 앉아 듣는 강의는 몸이 성치 않은 늙은이는 말할 것도 없고 젊은 청년들조차 불편하기 짝이 없을 텐데, 오히려 여느 교실보다 회원들의 자세는 더 단정하고 생기가 넘친다. 그도 그럴 것이, 강의 전후와 중간에 반드시 도인기공체조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동문선출판사 사장이자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장인 신성대 씨가 우리나라 전통 도가의 양생도인체조를 직접 지도해 준다. 옛 선비나 수양인 들이 공부나 좌선에 들어가기 전에 행했던 갖가지 몸풀기 도인체조를 앉아서 또는 일어서서 3,4분씩 따라하게 하는데, 덕분에 수업에 조는 사람도 결리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모두가 생기발랄하다.

또 강의 전후 여가 시간에는 몸이 불편한 분들이 뜸 치료를 받기도 하고, 건강에 관한 갖가지 조언과 도인법 지도도 받는다. 물론 모두 무료이며 수업료도 없다. 다만 교재 복사비와 음료수 간식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처음에는 무료강좌라고 하니까 무슨 다른 목적이 있거나 강의의 수준이 낮은 걸로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이런 수준의 강의를 들을 수 없다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 부부가 같이 오는 분들도 여럿이다.

동문선학당 강의실 모습

수업료도 없고 정치적 종교적 목적도 없다. 출판사에서 주관하니까 혹시 교재라도 팔려고 저러나 했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신성대 사장은 “출판사 주변에 훌륭한 분들이 많고 마침 인사동에 공간이 있어 시민들에게 봉사 좀 해달라고 부탁해서 만든 학당일 뿐, 태산은 티끌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누구든 오셔서 부담없이 공부하시길" 바란다고 한다.

처음에 걸음조차 불편했던 분들이 지금은 많이 건강해져서 너무 보기 좋다고 한다. 강좌 과목도 곧 늘리겠단다. 공부도 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학당이라! 늦은 시간인데도 활기차게 돌아가는 회원들의 뒷모습을 보자,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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