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보다 저렴한 마이너스통장 '역복리 함정'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07.06 06:00  수정 2023.07.06 06:00

은행 금리 6.27%…전년比 0.94%P↓

'이자에 이자' 오히려 부담 더 클 수도

신용대출 금리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 이자율이 일반 신용대출보다 저렴한 금리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도 내에서 언제든 원하는 만큼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의 장점까지 감안하면 신용대출보다 유리한 구석이 많아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자에 이자가 붙는 마이너스통장의 성격을 모른 채 낮은 금리만 보고 빚을 내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국내 은행들이 취급한 신용한도대출 평균 금리는 연 6.27%였다. 신용한도대출은 약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 내에서 수시로 대출과 상환이 가능하도록 한 신용대출의 일종으로, 흔히 마이너스 통장이라 불린다.


은행별로 보면 전북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이자율이 7.21%로 최고였다. 이어 SC제일은행과 케이뱅크의 해당 금리가 각각 7.19%와 7.18%로 7%대를 기록하며 높은 편이었다. 또 ▲DGB대구은행(6.89%) ▲제주은행(6.76%) ▲광주은행(6.68%) ▲토스뱅크(6.61%) ▲카카오뱅크(6.57%) 등의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은행권 평균을 웃돌았다.


나머지 은행들의 마이너스통장 이자율은 ▲BNK부산은행 6.23% ▲하나은행 5.79% ▲BNK경남은행 5.78% ▲KB국민은행·NH농협은행 5.73% ▲IBK기업은행 5.66% ▲신한은행 5.58% ▲우리은행 5.52% ▲Sh수협은행 5.48% 등 순이었다.


은행별 마이너스통장 금리 현황.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특이할 만한 대목은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통상적인 신용대출보다 저렴하다는 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내에서 수시로 입출금하는 형태로 자금운용이 가능한 만큼, 일반 신용대출보다 이자율이 높을 것이란 게 일반론이다.


그러나 같은 달 은행권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79%로 마이너스통장보다 0.52%포인트(p) 높았다. 이처럼 뒤바뀐 이자율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다만 올해 들어 신용대출 금리가 더 빠르게 떨어지면서 격차는 다소 좁혀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각각 7.21%와 7.92%로 0.71%p 차이가 났다. 그런데 올해 들어 5월까지 마이너스통장은 0.94%p, 신용대출은 1.14%p씩 이자율이 낮아졌다.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겉으로 보이는 금리에 비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원금을 기준으로 일정한 금리가 적용되는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대출 기간 동안 이자에 다시 이자를 매기는 이른바 역복리 상품이다. 즉 한도 상한까지 대출을 끌어 쓴 와중 상환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제 이자는 명목상의 금리보다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통장에서 연 금리 5%로 2000만원을 썼다고 가정했을 때 첫 달 이자는 8만3333원이다. 그런데 그 다음 달에는 2000만원이 아닌 전달의 이자를 더한 2008만3333원에 대해 금리가 매겨진다. 이에 따른 두 달째 이자는 8만3681원이 된다. 이렇게 3년이 지나면 월 이자는 9만6388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1개월 차 대비 15.7%(1만3055원)나 늘어난 액수다.


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측면도 마이너스통장 이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만들어두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아도 한도가 모두 대출로 잡힌다. 이로 인해 고객으로서는 융통한 돈에 비해 신용점수가 더 깎일 수 있다. 이는 향후 주택담보대출 등 꼭 필요한 대출을 받아야 할 때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차피 마이너스통장의 최대 한도까지 돈을 빼서 써야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신용대출을 받는 게 나을 수 있다"며 "각자의 자금 수요와 계획에 따라 예상 이자를 꼼꼼히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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