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 신작
배우 김선호가 데뷔 14년 만에 '귀공자'로 첫 영화를 선보인다.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로 '신세계', '마녀' 시리즈의 박훈정 감독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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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가 완성되기까지 부침이 있었다. 주인공 김선호가 '귀공자' 촬영 직전인 2021년 사생활 논란에 휘말렸다. 예정됐던 다수의 차기작에서 하차했지만 단 한 작품 '귀공자'만은 김선호를 교체하지 않았다.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차가웠지만, 그의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김선호는 배우로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고 구르며 '귀공자'를 만들어냈다.
그는 논란 후 취재진과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며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심정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냈다.
"저 때문에 영화가 미뤄지게 된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 당시 박훈정 감독님과 장경익 대표님께서 먼저 '할 수 있겠니?'라고 물어보셨어요. 지금에 와서는 고민을 많이 했고 대안이 저 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그땐 그런 말씀은 안 하셨어요. 저는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감독님과 대표님은 그러면 함께 하자고 하셨어요. 저는 죄송한 마음으로 시작을 했고,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건 연기 밖에 없어서 최대한 열심히 잘 하려고 했어요."
그렇기에 김선호에게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만족을 떠나 감사한 결과물이에요. 평가는 관객들이 해주시는 거니까요. 저는 지금 이 영화가 개봉을 하고, 무대 인사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배우로서 첫 영화기 때문에 이런 영광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설레고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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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는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으로 데뷔해 지난 14년 동안 무대와 드라마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드라마 '김 과장', '투깝스', '으라차차 와이키키2', '갯마을 차차차'까지 해사한 얼굴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연기력만큼은 이견이 없었다. 14년 동안 연기를 업으로 삼아왔던 그지만, 영화 촬영장에서는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임했다.
"영화와 드라마가 기술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드라마 환경도 많이 좋아졌으니까요. 다만 배우로서 임할 때 고민하는 시간과 기회가 조금 더 많이 주어진다는 점이 좋았어요. 하루에 많게는 세 네신을 찍으니 한 장면을 공들여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드라마는 시간이 촉박해서 연기가 괜찮다면 그냥 넘어가는 장면이 많다면, 영화는 '한 번만 더 가보자'라고 할 수 있었어요. 집중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을 찾아가다 보니 '연기가 조금 늘었으려나'라는 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깔끔한 미친놈'. 김선호가 연기한 '귀공자'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 수트를 입고 정갈한 헤어스타일까지 흐트러짐이 없다. 사람을 죽일 때 눈 하나 깜빡하지 않지만, 피가 튀기면 질색하며 물러 난다.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명분과 구체성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시킨 김선호는 선과 악 사이에서 종 잡을 수 없는 귀공자의 변칙스러운 얼굴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레퍼런스 주신 게 '시계태엽 오렌지'였어요. 등장인물들이 선악 구분 없이 즐기면서 나쁜 짓을 하잖아요. 그런데 본인들의 모습을 더럽히지 않죠. 저는 배우로서 귀공자가 깔끔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결핍 있는 인물이라 겁도 많고 아픈 게 싫어서 킬러가 됐다는 설정을 줬죠. 그런 결핍을 숨기기 위해 외형적으로 집착하자는 식이었어요. 처음에 대본 봤을 때 '킬러인데 왜 이렇게 엄살이 심하지?'란 생각에 저도 이해가 잘 안됐어요. 하하. 원초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캐릭터를 만들어나갔죠."
코피노(필리핀에서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이르는 말)가 소재로 등장인물들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김선호 역시 영어 대사 분량이 적지 않았다. 마르코가 미국식 영어를 구사한다면, 귀공자는 영어 억양을 쓰며 상충하는 케미스트리를 조금 더 공고히 만든다.
"촬영 두 달 전부터 영어 연습을 했어요. 영국식 발음을 딱히 요구받은 적은 없었어요. 감독님과 캐릭터를 구체화하다 보니 귀공자가 위트 있는 캐릭터라 조금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영국 억양을 쓰면 좋을 것 같았죠. 그런데 막상 큰 화면으로 제가 영어 하는 걸 보니 조금 보기 힘들더라고요.(웃음)"
영화의 백미는 김선호의 액션 신이다. 김선호의 팬이라면 '킹스맨'처럼 슈트를 입고 수준급의 맨몸 액션부터 총기, 카 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좋았던 건 추운 겨울에 다 껴입고 찍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달릴 때 일단 바지 하나 찢어먹었어요. 하하. 아무래도 정장을 입다 보니 제약이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저는 멀끔하고 깔끔하게 마르코를 압박하니까 오히려 재미있더라고요. 총기 액션 때는 다행히 제가 조교 경험이 있어 실탄 소리가 얼마나 큰지 알아 도움이 됐죠. 권총은 쏴본 적이 없어서 리딩 때 실총 무게와 같은 걸 만지면서 무게를 가늠했고요. 강우 선배님은 장총을 쏘는데 제가 한 번 들어봤더니 진짜 무겁더라고요. 권총을 사용해서 행복했어요. 액션은 미리 이야기도 해주고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건 없었어요. 동작이 픽스가 나도 현장에서 바뀔 수 있어서 유연하게 대처 할 수 있도록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김선호는 차기작도 박훈정 감독과 함께 했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로, 김선호는 국가기관 소속이지만 비공식적으로 '폭군 프로그램'을 운용해온 최 국장 역을 맡았다.
'폭군' 촬영은 다 끝났어요. '귀공자'는 동적인 작업이었다면 '폭군'은 정적인 이미지로 나와요. 난장판인 가운데 저는 단 한 번의 액션도 하지 않죠.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거든요. '귀공자'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보는 재미가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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