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손실보전과 손해배상...그 경계의 모호함 [기자수첩-금융증권]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3.06.15 07:00  수정 2023.06.15 07:00

SG사태로 촉발된 CFD 소송서 판단 이뤄질 전망

SK·KB證 채권형신탁 손실 보전…책임 범위 논란

서울 여의도 SK증권 사옥 전경.ⓒSK증권

손실 보전과 손해 배상, 이 둘은 용어가 비슷하지만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적법한 행위에서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손실을 물어주는 것을, 후자는 위법한 행위에 의해 발생하는 손해를 물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두 용어의 차이를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초래한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한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준비 소식을 들으면서다. 증권사들이 비대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 신원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다. 손실을 보전해 달라는게 아니라 손해를 배상해 달라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제 55조에는 금융투자업자들은 손실보전 행위를 해서는 안되는 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지만 같은법 제 64조에는 금융투자업자가 법령·약관·집합투자규약·투자설명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업무를 소홀히 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 있다.


결국 이들의 소송 제기는 전자가 아닌 후자의 법 조항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이지만 이번 사안이 그에 해당되는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처럼 투자자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특정인에게 위탁했다면 증권사들로서는 비대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본인 확인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가려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조항의 틈을 파고 든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이면서 손실 보전과 손해 배상간 모호함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CFD 소송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손실을 메워주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모호함은 커지는 모습이다.


SK증권은 최근 채권형 신탁 가입 회사의 평가손실을 약 100억원 가량 보전해줬는데 논란이 일고 있다. 채권형신탁이 예적금과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이 아닌 만큼 손익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는데도 회사가 떠안았다는 것이다.


앞서 KB증권도 손실을 입은 채권형신탁 상품을 사들이면서 손실 보전 논란이 발생한 바 있는데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손실 보전’이 아닌 예외적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면 사적화해의 수단으로 그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는 허용되고 이번 보상 행위도 회사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법률적 검토를 거쳐 이뤄졌다는 것이 해당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손실이나 손해가 발생한 모든 투자 행위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치지 않는 이상 둘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투자자들이 많을 수 있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사안마다 다른)’로 적용하면 투자로 인한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최근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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