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와의 러시아 소치 비공식 회담서 직접 밝혀
우크라이나 당국 “러시아가 댐 파괴” 통화 감청 주장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내달 초순 우방인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다.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의 군사동맹국인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지난 3월 전술핵무기 배치에 합의한 후 4개월 만의 실제 배치다.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한 대응으로 ‘벨라루스에 핵무기 전진배치’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비공식 회담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며 “다음 달 7~8일 시설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전술핵무기 배치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3월 벨라루스 전술핵무기 배치방안에 두 나라가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말 핵무기 이전을 시작했는데 푸틴 대통령이 직접 전술핵무기 배치 날짜까지 특정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벨라루스는 ‘형제국’으로서 친러 행보를 변함없이 유지하며 러시아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침공 직전까지 양국은 벨라루스와 러시아 접경지역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고,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2월24일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격했다.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배치됐다. 벨라루스는 개전 직후인 지난해 2월 말 개헌을 거쳐 “영토를 비핵화하고 중립국가화를 목표로 한다”(18조)는 헌법 조항을 삭제하기도 했다.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 배치가 완료되면 1996년 이후 27년 만에 러시아의 핵무기가 영토 밖에 자리잡게 된다. 벨라루스 역시 1996년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한 뒤 27년 만에 핵무기를 다시 보유하게 된다. 벨라루스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과 접해 국경을 접해 있는 만큼 서방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푸틴의 핵무기 배치 발표는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댐 폭발의 파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6일 새벽 헤르손주 러시아 점령지에서 저수량이 18㎦에 달하는 카호우카댐이 폭발하면서 무너지는 바람에 인근 지역이 침수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댐을 폭파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8일에도 동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지속하며 대반격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수사당국은 9일 러시아의 사보타주 단체가 카호우카댐을 폭파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전화통화를 감청했다며 그 내용을 텔레그램 계정에 올렸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1분30초 분량의 이 음성파일에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두 사람은 러시아 병사이고, 카호우카댐 파괴와 그로 인한 재난을 두고 통화를 나누는 내용이라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주장했다.
음성파일에서는 한 남성이 “그들(우크라이나인)이 그것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 사보타주 그룹이다”라며 “그들이 댐으로 (사람들을) 겁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그들이 계획했던 것 이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또 그 결과로 하류의 ‘사파리 공원’에서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남성은 러시아군이 댐을 파괴했다는 주장에 놀라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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