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계, 위기와 기회③] ‘그래도’ 젊은 감독에게 거는 희망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06.11 11:18  수정 2023.06.11 11:18

하마구치 류스케, 젊은 거장으로 전 세계서 주목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 '공기인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브로커, '몬스터' 등 총 9번이나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으며, '어느 가족'은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가와세 나오미, 기타노 다케시,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 등이 해외에서 익숙한 얼굴이 돼 일본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뉴시스

이후 다른 감독들이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은 지 오래됐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새로운 세대들이 부지런히 작품을 만들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 영화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희망을 거두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감독은 '일본의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1978년생)다. '아사코'로 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각본을 맡은 '스파이의 아내'가 7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우연과 상상'은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같은 해 7월 '드라이브 마이카'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인 예술성과 작가주의 영화로 세계 영화인들의 찬사를 받았다면 후지이 미치히토(1986년생)는 일본에서 작품성과 흥행력을 모두 갖춘 젊은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지이 감독은 영화 '신문기자'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은 물론 주요 3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이후 영화 '신문기자' 동명의 넷플릭스 일본 오리지널 '신문기자', '야쿠자의 가족', 드라마 '아발란치' 영화 '남은 인생 10년', 그리고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리메메이크작 '끝까지 간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내놓고 있다. 또한 후지이 미치히토가 이끌고 있는 크리에이터 집단 에이전트 바벨 레벨(BABEL LABEL)이 넷플릭스와 향후 5년간 영화, 드라마 제작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후카다 고지(1980년생) 역시 2016년 영화 '하모니'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시카와 케이(1977년생)는 '한 남자'로 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남우조연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최우수 녹음상, 최우수 편집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이사카와 케이 감독은 폴란드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상업 영화 틀 안에서 엔터테인먼트 감독의 비전과 균형을 맞추며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모두 성공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미야케 쇼(1984년생)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미야케 쇼 감독은 데뷔작인 '플레이 백'으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 진출했으며 이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주)디오시네마

미야케 쇼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여러 가지 형태로 거론되는 일을 기쁘게 생각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는 예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영화에 대한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감독님들이 여러 분들 계시지만 차이점이 있어 영화라는 것이 풍요로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현재 젊은 감독들이 3.11 동일본 대지진 트라우마를 갖고 영화를 작업하는 것이 아닌가란 시사점을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웃풋, 리액션 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경험을 했으니, 해외 관객이나 비평가들이 일정 부분이 유사하다고 인식하시는 것 아닐까 싶다. 이런 시선들은 좋은 자극이 된다"라고 동시대 감독들과 함께 세대교체 주역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위니'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동아시아 특별전에 초청된 마츠모토 유사쿠(1992년생)도 업계가 주목하는 떠오르는 젊은 인재다. 2002년 파일공유 소프트웨어 '위니' 개발자가 체포돼 저작권법 위반 방조의 죄로 재판을 서게 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은 7년 동안의 방대한 재판 기록과 취재를 통해 밀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특히 시나리오 집필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본에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일본 영상 콘텐츠는 왜 한국을 이길 수 없는가?'라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영상 크리에이터들은 세계인들에 어떻게 볼 것인지를 의식하고 시나리오를 단순화하거나 문화적인 부분을 깊게 파지 않고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것은 타협이 아니라 명확한 의지입니다. '오징어 게임'을 봤을 때도 200개국의 파이를 취하러 간다는 용맹 과감한 자세를 느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영상 언어도 세계의 기준이 된다. 바벨 레벨 역시 밖을 세계로 향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데일리안 DB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은 "일본 영화가 내수용인 것은 왠지 모르게 국내에서 이익이 나고 있다는 점과 섬나라인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장을 세계로 넓힌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저 자신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미래는 밝아질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일본의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요즘처럼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까지 일본 영화인들은 자국 콘텐츠가 최고 우수하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고, 서정적이고 여백 있는 감수성 풍부한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다. 여전히 그런 감성을 지켜가는 거장들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해외 콘텐츠를 많이 접하며 자라 새로운 걸 추구하며, 일본이 약했던 장르에 도전하는 젊은 감독들이 있다. 실제 좋은 결과물도 내고 있어 일본 영화도 지금보다 더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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